국회가 결국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반기업·친노동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174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사실상 방관한 결과다. 경제계는 “여당은 물론 믿었던 야당에 마지막까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상정된 115개 법안 중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가 신청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을 제외한 99개 법안을 처리했다. 99개 법안에는 기업규제 3법과 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친노동 법안이 모조리 포함됐다. 공수처법 개정안 등 나머지 16개 법안 처리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애초 본회의 시작부터 필리버스터를 걸어 법안 처리를 ‘올스톱’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앞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느닷없이 경제 관련 법안과 비쟁점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걸지 않고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기업규제 3법 심사 초기부터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버렸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한 경제단체 부회장은 “여당은 기업 의견을 듣겠다고 약속해 놓고선 실제론 귀를 닫아버렸고, 야당은 정치적 법안에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등 통과를 저지하려는 시도조차 안 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야당에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주요 기업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정부 원안과 비슷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허탈하다”며 “당분간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고 노조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도원/도병욱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