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6개월 의무보유' 슬그머니 없앴다…'해고자 사업장 출입제한' 조항도 삭제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주요 경제 법안에는 기업을 패닉으로 몰아넣는 ‘독소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경제계에서는 의석수를 무기로 한 여당의 ‘입법 테러’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상법 개정안에는 상장사에 대한 소수주주권 행사 때 ‘6개월 의무 보유’ 조건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사는 주식 의무 보유 기간을 6개월로 했다’는 지금까지의 민주당 설명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이번에 신설된 상법 개정안의 ‘제542조의 6 제10항’은 상장사 주주가 지분 1~3%만 확보하면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사·비상장사를 막론하고 주식을 사들이고 단 3일 만에 경영권 공격이 가능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공격에 대응할 최소한의 시간마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조항은 상법상 상장사 특례 우선 적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며 “급조해 처리하다 보니 법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제한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독소 조항이 들어갔다. 개정안에는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에서 지분·채권을 총수 일가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에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CVC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벌 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도록 하는 장치가 사라졌다. 애초 정부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노동계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법안이다.

국회를 통과한 노동 및 고용 관련 법안 중 경제계가 가장 우려한 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3법(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이다. 애초 정부안에 있던 노사 간 힘의 균형 장치는 대거 삭제됐다. 정부안에서는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하되, 사업장에 출입하거나 시설을 사용할 때는 노사 합의를 거치도록 했는데 이 규정이 통째로 사라졌다. 노조가 쟁의행위 과정에 생산 및 주요 시설을 점거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없어졌다. 또 ‘노사 합의’로 단협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노동권 강화의 대가로 경영계를 배려했던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연장 방안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국회는 이외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탄력근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도 통과시켰다.

조미현/백승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