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명불허전 보수다'는 지난 4·15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인사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순수하게 공부하자는 의미에서 모인 이들은 초선 의원들이 중심인 만큼 자연스럽게 초선 의원들의 공부 모임이 됐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일종의 '정치세력화'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시작한 이후 평가는 달라졌다. '명불허전 보수다'는 대선 주자들도 찾는 공부 모임이 됐다. 정파성 우려보다는 어느새 보수진영 주자들을 검증하는 일종의 장이 된 것이다.

자신을 '행동대장'이라고 소개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당선의 기쁨보다 보수진영 전체의 패배에 대한 충격이 커 공부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불허전 보수다' 간사를 맡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온라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온라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은아 의원은 "순수하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만큼 자연스럽게 '정파성'을 띠지 않았다"면서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분들과의 소통과 토론을 통해 의원 개개인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불허전 보수다'는 시즌1과 시즌2를 거쳐 시즌3를 준비 중이다. 시즌3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 홍준표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을 섭외했다. 앞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민 단국대 교수 등 연사들을 초청했던 만큼 보수 혁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음은 허은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명불허전 보수다'를 소개한다면.
허은아 의원 : 국민의힘 초선 국회의원들의 공부 모임이다. 원래는 '보자 수요일에 다 함께'라는 뜻으로 '보수다'라는 명칭을 썼다. 그러다 지난 6월쯤 다른 의원들께서 초청 연사들의 명성을 듣고 '명불허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때부터 '명불허전 보수다'라고 부르고 있다.
◆ 어떻게 이 같은 공부 모임을 시작할 생각을 했나.
허은아 의원 : 지난 4월 당선의 기쁨보다 보수진영 전체의 패배가 더 충격이었다. 초선의원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보수정당 국회의원으로 어떻게 당을 개혁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당선된 모든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고민이기도 했다. 이런 고민들을 나누다 개원 전까지 함께 모여 공부를 좀 하자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처음 시작할 때 일각에서는 "당선자들이 모여서 일은 안 하고 한가하게 공부나 한다"는 비판도 나온 걸로 안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학계와 언론계, 전현직 당 지도부, 대권 주자, 중도진영 인사들과 다양하게 교류하고 토론하면서 의정 활동의 깊이와 폭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국회 공부모임 가운데 '명불허전 보수다'만이 갖는 특색은 무엇인가.
허은아 의원 : 정치인들 모임이라면 일단 먼저 대표를 선출하고 직책을 주면서 조직을 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웃음). '명불허전 보수다'는 이런 관례를 깨고 시작했다. 우선 모임의 대표가 없다. 순수하게 공부 필요성을 느끼는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매번 모임마다 초선의원 58분을 대상으로 공지하고 자유롭게 참석하지만 이를 위해 14명의 의원들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회비를 내고 있다.

저는 간사를 자처해 강사들을 섭외하고 모임을 공지할 뿐이다. 운영하면서 어렵고 힘든 점도 있었고, 안 들어도 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만할까 생각도 했지만 함께 해주시는 의원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달 시즌2를 마감하고 내년 초 시즌3를 재개할 계획이다. 운영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 틀은 유지할 생각이다.
◆ 기존 공부모임들은 '정치세력화'적 요소가 컸다. '명불허전 보수다'는 이 같은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보인다.
허은아 의원 : 공부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정병국 전 의원을 비롯해 16대 미래연대, 17대 새 정치 수요모임, 18대 민본 21등 과거 소장파 모임을 주도했던 선배님들 조언을 들었다. 의도적 세력화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모임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게 공통된 조언이었다.

오히려 좋은 강사들과 현안에 맞는 주제를 바탕으로 순수하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운영하면서 의원들 간 열정적 토론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뜻이 맞는 정치적 동지들이 남게 되고,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조언에 동의하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오른쪽)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 강연자로 참석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오른쪽) 지난달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 강연자로 참석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시즌2에서 서민 교수, 금태섭 전 의원 등을 섭외했는데, 어떻게 접촉했는지.
허은아 의원 : 초선 그룹 사이에서 제 별명이 '행동대장'이다. 주제가 정해지고 연사 군에 대한 의원들 추천이 있으면 일단 전화를 한다. 한 번에 섭외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메일도 보내고, 연사와 친한 주변 인맥을 찾거나 제가, 또는 보좌관이 직접 찾아가기도 하면서 섭외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6개월간 분기나 월별로 콘셉트를 정해 그에 걸맞은 연사 군을 선정했다. 명단을 가지고 함께하는 의원들과 1차 상의한 후 연사들에게 연락해 일정이 가능한 분들을 모시는 형태로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주제 및 강사들을 추천받았다.
◆ 대선 주자들도 초빙 중이다.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일종의 검증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
허은아 의원 : 당초엔 대권 주자들을 모셔 검증하겠다는 생각보다, 국가의 미래와 지금의 시대정신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누굴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권 주자들이 오시게 됐다. 검증은 우리가 아니라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대선 주자들과의 상호소통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섭외했지만 아쉽게 불발된 인사는 없나.
허은아 의원 : 기대가 많았던 유승민 전 의원의 강의는 급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단계 격상으로 연기됐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같은 경우 새로 시작한 법인 활동으로 지방 행사가 많아 추후 다시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도 추후를 약속해 초선들 활동에 덕담을 남겨주셨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내년부터는 시즌3도 구상 중이라고 들었다.
허은아 의원 : 내년도 시즌3는 아무래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수밖에 없다. 공부이자 실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기기 위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공부에 집중하려고 한다.
◆ '명불허전 보수다'가 공부모임으로서 국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이라 보나.
허은아 의원 :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금태섭 전 의원에서 홍준표 의원까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 누구라도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용광로 같은 공부 모임이 됐으면 한다. 각계각층 다양한 분들과의 소통과 토론을 통해 의원 개개인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발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서민 단국대 교수(가운데)가 지난달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야당의 길'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오른쪽은 최승재 의원. /사진=연합뉴스
서민 단국대 교수(가운데)가 지난달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야당의 길'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오른쪽은 최승재 의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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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