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에 예산의 편성·집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도 없거나 경제성이 검증 안 된 사업 예산이 무더기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지역구와 이해관계자의 이권을 위해 초법·탈법 예산을 밀어 넣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가 전날 의결한 558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43만 명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 예산 594억4300만원과 출산전후급여 예산 85억6200만원이 반영됐다. 이 예산은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특고가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돼야 집행 가능한 예산이다. 관련 법안은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3개월 가까이 계류하다 이날 처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의 논의에 들어갔다.

경제성 검증이 생략된 예산도 국회 문턱을 쉽게 넘었다. 한국판 뉴딜사업 상당수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868억원이 반영된 그린스마트스쿨 조성 사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서 전액 감액 의견이 나왔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예결특위 간사 간 ‘밀실 합의’ 과정에서 기존보다 74억5200만원 불어난 942억5200만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밖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은 방사광가속기 구축 예산 115억원도 여야 합의 과정에서 내년 예산안에 들어갔다. 공공의료인력 양성기관(공공의대) 구축운영 예산 역시 근거법은 국회에 잠자고 있지만 11억8500만원 규모로 편성됐다. 심지어 기존 2억3000만원보다 9억5500만원 늘어났다. 이들은 각각 충청, 호남 지역의 숙원사업 관련 예산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이 무더기 편성되면서 세금 낭비가 우려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여야의 예산 짬짜미 처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