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롤스로이스 한국지사장. 롤스로이스 코리아 제공
이종열 롤스로이스 한국지사장. 롤스로이스 코리아 제공
해군이 2024년 도입할 예정인 3500t급 신형 호위함 엔진 공급업체에 롤스로이스가 선정됐다. 롤스로이스는 첨단기술 이전도 가능하다며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에도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롤스로이스는 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MT30 가스터빈 엔진’이 해군의 울산급 신형 호위함 ‘배치(Batch)-Ⅲ’ 엔진으로 선정돼 함정 건조 업체인 현대중공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롤스로이스의 MT30 가스터빈 엔진은 2018년 대구급 배치-Ⅱ 호위함에도 적용된 바 있다.

가스터빈은 전투 등 유사시에 필요한 고속 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엔진의 핵심 부품으로 함정의 ‘심장’ 역할을 한다. 롤스로이스는 차기호위함 배치-Ⅱ에 이어 배치-Ⅲ에도 MT30 가스터빈 엔진이 적용되며 공통된 예비부품과 지원 인프라 및 교육 등에 있어 경제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MT30 가스터빈 엔진이 경쟁사와 비교해 출력밀도가 두 배 이상이어서 효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 업체의 기존 엔진들의 경우 함정 하나에 엔진 두 개가 필요하다면 MT30는 하나만으로도 같은 출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MT30 엔진은 해군의 기존 대구급 배치-Ⅱ 호위함 외에도 세계 각국의 해군에도 적용됐다. 미 해군의 ‘프리덤급’ 전투함,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30-FFM 호위함 등이 이 엔진을 주력 엔진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이종열 롤스로이스 한국지사장은 “MT30은 여러 다양한 추진 체계로 구성된 세계 첨단 해상 플랫폼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며 “MT30 엔진이 한국 호위함에 처음 장착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엔진의 중대 결함이나 고장으로 인해 군의 작전이 지연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는 차기 호위함에 MT30 가스터빈과 함께 엔진상태관리(EHM) 기능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HM은 신뢰할 수 있는 엔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운항 중 유지보수 작업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유지 보수 인력과 비용을 절감해 함정 수명주기 전반에 효과가 있다는 게 롤스로이스 측의 설명이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해군이 추진하는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지사장은 “한국 해군이 KDDX 등에 전기추진체계 탑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아는데, 롤스로이스는 운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전투함 3종에 전기추진체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DDX는 6척의 소위 ‘미니 이지스함’이라 불리는 구축함을 건조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7조원 규모로 단일 방위 사업 규모로는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7조7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다음으로 커 이미 물밑에서 업체들 간 수주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롤스로이스는 첨단 기술 이전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열의를 나타냈다. 한국형 항공모함 사업은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4만t급 경(輕)항공모함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해군은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장은 “해군이 항공모함을 개발할 때는 또 다른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며 “첨단 기술을 포함해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이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