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절실히 원하면 서울시장도 고려사항"
"서울 시민, 부동산 해결할 사람 원해"
"장기 수도권 집값 하락세 반전할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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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선거에서 진다고 당(국민의힘)이 공중분해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은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를 묻는 질문에 미리 준비한 듯 곧바로 답변을 내놨다. 내년 선거를 이듬해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 ‘결’이 달랐다.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는 ‘오세훈 차출론’에 대해서도 “대선은 서울시장 선거와 비교하면 100배 더 중요하다”며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설사 서울 시장을 뺏기더라도 대선(승리)을 가져오면 된다”고 자신했다.

오 전 시장이 지난 1일 자양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내년 4월 서울시장과 이듬해 대선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약 두시간여 인터뷰에서 더 단단하고 완숙해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등판론’에 대해선 비교적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당이 요청하면 정치인 오세훈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내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오 전 시장은 “사석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서울시장 선거에 다시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는데, 칼로 무자르 듯 거절하는 것은 너무 냉정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모임이 끝날 때쯤 ‘깊이 고민하겠다’고 마무리를 한 게 와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 ‘오세훈 차출론’이 확산되는 이유를 해명한 것이다.

그는 “대선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당의 상황이 혹은 국가적인 상황이 서울 시장을 절실하게 원한다면 그것도 고려사항에 넣긴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서울 시장도 고려한다는 의미냐’라는 거듭된 질문에 “대선을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가 경영을 위한 준비를 해왔는데,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건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또 “저처럼 준비된 대선 후보 서너 명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시너지를 내야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011년 8월 서울시장직을 자진 사퇴한 후 9년이 넘도록 중앙정치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지난 10월 야당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마포포럼’에서 한 강연을 시작으로 정치 현안에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오 전 시장을 만났던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치, 경제 현안에 대한 내공이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사퇴 이후 공백 기간은 ‘알토란’같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며 “(대선 준비를 위해) 단한순간도 게을리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 이유도 “국가경영에 대한 준비 없이 집권한 결과”라고 그는 분석했다. 오 전시장은 미·중간 패권경쟁, 저출산 고령사회,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혜안을 갖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서울시민들은 가장 시급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해결하려면 시장의 논리를 충실히 반영하되 장기적 안목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저소득층이 시 외곽으로 쫓겨나는 부작용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고 400여개 뉴타운 프로젝트를 거의 모두 없앴다”며 “이로 인해 서울에 20만여 신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길이 사라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 ‘대참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다 현재와 같은 주택 공급란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아파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서도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향후 10, 20년 후엔 강남을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하향 안정화될 수 밖에 없다”며 “다음 정권에선 급락하는 부동산 관리가 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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