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20대 귀순' 현장 설명회
감지 유발기 작동 안해 '먹통'
과학화 경계 시스템 약점 노출
북한 민간인 남성 한 명이 이달 초 강원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을 때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은 경보 장치의 핵심 장비 나사가 풀렸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긴급한 실제 상황에서 ‘먹통’이었던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공개하며 이달 3일 북한 주민의 ‘월책 귀순’ 사건 이후 진행된 조사 결과 일부를 취재진에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감지 유발기의 나사가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OP 철책은 감지 브래킷이나 유발기에 하중이 가해지면 광망에 하중이 전달돼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광망은 GOP의 남측 철책에 설치된 광섬유 소재의 그물망으로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와이(Y)자 형태의 철 기둥에 의해 지탱된다. 하지만 북한 민간인 남성이 넘은 철책의 감지 유발기는 작동하지 않았고 감지 브래킷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남성이 철책을 넘을 때 철기둥에만 하중이 가해지고 광망에는 하중이 가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경계 시스템이 먹통이 된 데 대한 군의 해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은 2015~2016년 1500여억원을 투입해 GOP 철책에 감지 센서 등을 부착하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번 사건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육안으로 파악해 병력을 출동시켰지만, 이 남성을 포착하기까지는 14시간 넘게 걸렸다. 그럼에도 합참은 해당 부대 관계자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수칙에 따른 정상적인 작전이었다”며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점검 부실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군은 설비 구축 이후 약 5년간 매뉴얼대로 육안 점검을 했다고 했지만 정밀 검사는 설치한 민간 업체만 가능해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은 상단 감지 브래킷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는 추가로 브래킷을 설치하고 GOP의 과학화 경계 시스템 성능도 조기에 개량을 추진할 방침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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