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국토부도 들어오라던 與, 윤석열엔 "누구 멋대로"

국민의힘 "민주당이 윤석열 출석 막아"
필요할 땐 욕까지 하며 "들어오라"하던 민주당
"오만과 독선 보여왔고 보여주고 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저지하고 있다. 이에 야당에서는 여당이 윤석열 총장의 국회 출석을 차단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의회 폭거"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아울러 과거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즉각 들어오라던 조치까지 했던 민주당이 유독 윤석열 총장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이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이 윤석열 출석 막아"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정당한 긴급 현안질의 개회 요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윤호중 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법사위 행정실에 '법무부 및 대검에 긴급 현안질의 개회 및 출석요구 통보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법사위 행정실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국민들이 윤석열 총장의 해명을 들을 기회를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전날 오전 법사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윤석열 총장이 국회에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다. 출발했다는 전언도 있다"며 현안질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호중 위원장은 "출석하라고 연락한 바도 없는데 누구와 이야기해서 (윤석열 총장이) 자기 멋대로 온다는 것인가"라며 회의를 15분 만에 산회시켰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윤호중 위원장의 산회 선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직무배제 중인 윤석열 총장의 국회 출석이 부적절하다면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윤호중 위원장은 "의사 일정을 정하는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다"며 "출석시킬 기관장이나 국무위원이 충분히 숙지하고 출석하도록 일정을 잡아달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총장을 불렀다는 말에는 "위원회가 요구한 적도 없고, 의사 일정이 합의된 것도 아니다"며 "누구하고 이야기를 해서 검찰총장이 멋대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냐.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필요할 땐 욕설까지 하며 들어오라 하던 민주당

민주당의 윤석열 총장 출석 거부를 두고 야권에선 전형적인 독주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민주당이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들이 필요한 인사와 기관에 대해서는 즉각 들아오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윤석열 총장의 출석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회의장에서 나오며 누군가에게 "X자식들"이라는 욕설과 함께 "국토교통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외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목격된 바 있다. 이 같은 김태년 원내대표의 격앙된 반응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예산 증액을 추진한 데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은 지난 9월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 배치와 관련해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메신저로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답장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결국 공개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전형적인 오만과 독선을 민주당이 보여줘 왔고 지금 또 보여주고 있다"며 "유독 윤석열 총장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