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제수로기구(IHO)가 동해를 지명이 아닌 식별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국제 표준 해도집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구글이 국내 서비스에서조차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앱은 최근 날씨 서비스에서 동해를 ‘일본해(동해로도 알려져 있음)’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있는 지명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접속한 국가의 표기법을 따른다는 구글의 기존 관례와도 배치된다. 구글코리아는 일본해 우선 표기의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구글이 지명 표기로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구글 맵에서 ‘독도’가 검색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국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 정부 입장도 들어야 하고 일본 정부 입장도 들어야 한다”고 구글의 입장을 말한 바 있다.

외교부는 최근 IHO 총회 토의에서 새로운 국제 표준 해도집 ‘S-130’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마티아스 요나스 IHO 사무총장이 보고한 S-130은 기존 해도집인 ‘S-23’의 개정판으로 바다를 명칭 대신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23년부터 표준 해도집이었던 S-23을 근거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해왔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 주장의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이를 민·관의 ‘외교적 성과’로 바라봤다.

하지만 구글이 국내에서조차 버젓이 ‘일본해’ 표기를 지속하며 동해 표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IHO가 사실상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IHO 측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자고 요구했지만 IHO는 종전처럼 일본해 단독 호칭을 유지하는 사무국장 안을 잠정 승인했다”며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정부의 주장을 거들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7일 IHO 총회에서 기존처럼 국제 해도 지침에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는 방안인 ‘사무국장안’이 잠정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IHO가 새롭게 만드는 디지털 버전 해도에서는 일본해, 태평양 등 명칭이 사용되지 않고 숫자로서만 해역이 표기된다”며 “사무국장이 한국의 주장에 일정의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해도집은 디지털 버전일 뿐이고 일본해 단독 표기가 들어간 기존 해도집은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언론의 주장에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외교부는 “사무총장의 보고서상 제안에서도 S-23은 유효한 표준이 아닌 ‘출판물’로만 남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는 동안에 출판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유효한 표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IHO의 새로운 해도집 도입과 세계 지도상의 동해 표기는 별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표준 해도집이 명칭이 아닌 숫자로 바다를 표기한다 하더라도 전세계 온·오프라인의 민간 지도상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명칭으로 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과 손잡고 일본해가 단독 표기된 기존 지도·인터넷 서비스에 동해가 병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지도에서 동해 병기 비율은 2000년대 초반 2.8%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1%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