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산 질문에 답한 윤희숙 "52시간제로 소득 줄어들 것"
주 52시간제 전면 도입을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이라는 주장을 내놨다가 범여권의 비판에 직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청년 전태일도 제 주장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무7조'로 유명세를 탄 진인 조은산씨의 3가지 질문에 답했다. 조은산씨는 전날 윤 의원에게 ①주 52시간제가 실행되면 내 월급은 그대로인가 ②더 쉬고 덜 일하며 똑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더 벌기 위해 더 일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진정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인가라는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조씨는 자신은 "배달, 건설현장 노동자, 택배 기사, 택배 상하차, 주유소 총잡이, 골프장 공 줍기, 술집 서버, 주방 보조 등 화려한 이력으로 점철된 육체 노동의 화신이자 초과 근무 수당에 목을 매는 두 아이의 아빠, 그리고 월급쟁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어떤 업종이신지는 모르겠으나, 다양한 육체노동 경력과 초과수당의 절실함을 언급하신 것을 보면,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이 줄 경우 시간당 급여는 변하지 않겠지만 초과수당이 감소해 소득이 줄어들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덜 일하면서 똑같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선 "제도 변화 전에 기술이나 장비의 업그레이드, 시스템 혁신 등 충분한 준비로 생산성이 올라 근로성과가 근로시간이 감소해도 줄어들지 않는 경우일 것"이라며 "52시간제는 중소기업의 준비기간을 턱없이 짧게 잡고 급하게 도입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부적합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전태일 정신'의 인용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태일 평전에 소개된 그의 친필 메모는 '인간 본질의 희망을 말살시키는, 모든 타율적인 구속'에 대한 혐오와 '자기자신의 무능한 행위의 결과를 타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며 "짐작건대, 근로시간과 소득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조 선생님의 자유가 박탈되는 것은 그가 꿈꾼 '인간다운 삶'의 모습은 아닐 듯하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제는 전태일의 시대와 달리 일거리가 부족한 경제가 됐고 실업이 인간다운 삶의 제일 큰 적이 된 이상, 정책의 충격으로 일자리는 없애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코로나 재난 상황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에게 52시간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지 말자는 제 주장에 그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근로시간 문제를 개인의 자유의지와 시장원리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택배근로자의 경우처럼, 근로자 건강을 해칠 정도의 근로시간은 방치돼선 안 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정 노동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윤 의원의 지난 13일 주 52시간제 전면 도입을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이라는 주장에 대해 "지금 이 순간에도 장시간 저임금 구조 속에서 산재와 과로사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있다. 윤 의원은 '죽음의 행렬을 막아달라'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 전태일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파느냐. 저러니 저 당(국민의힘)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이 14일 "거대 여당이 됐으면 이제 제발 도그마와 허세는 버리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 없애는 것을 전태일 정신으로 둔갑시키고 강성 노조 편만 들며 전태일을 모욕하지 말라"고 다시 올린 글에 대해서도 "자기 이념이나 반성을 하든지.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앉았으니"라고 거듭 지적했다.
조은산 질문에 답한 윤희숙 "52시간제로 소득 줄어들 것"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태일 열사를 주52시간 논란에 소환하는 건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의 죽음과 의미를 지극히 자의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추정적으로 해석하는 것.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전태일 열사를 두고 정치적 편가르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