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의원(왼쪽)과 진중권 전 교수. / 사진=한경 DB 및 연합뉴스
윤희숙 의원(왼쪽)과 진중권 전 교수. / 사진=한경 DB 및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촉발한 이른바 ‘전태일 모독’ 논란이 공방을 주고받으며 확전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를 모독했다는 비판에 윤희숙 의원이 “무슨 이념적 허세냐”면서 반격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기 이념이나 반성하든지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난 13일 윤희숙 의원이 “주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언급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윤희숙 의원은 “안 그래도 코로나를 견디느라 죽을 둥 살 둥인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면서 “주 52시간 근로 규제의 획일성과 경직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유예 없이 52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이, 약자를 위한답시고 최저임금을 급등시켜 수많은 약자의 일자리를 뺏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즉각 반발이 쏟아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정 노동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주 52시간 노동제를 연기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장시간 저임금 구조 속에서 산재와 과로사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있다. 윤희숙 의원은 ‘죽음의 행렬을 막아달라’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며 “전태일 정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 / 사진=뉴스1
지난 13일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 / 사진=뉴스1
그러자 윤희숙 의원은 14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 대변인이 제가 전태일 열사를 모독했다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야말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면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 적용해 근로자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이냐.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냐”고 반문했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인 여당을 겨냥한 듯 “운동권 써클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거대 여당이 됐으면 이제 제발 도그마와 허세는 버리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 없애는 것을 전태일 정신으로 둔갑시키고 강성 노조 편만 들며 전태일을 모욕하지 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는 윤희숙 의원이야말로 시장만능주의 이념에 빠졌다고 되받아쳤다.

지난 13일 윤희숙 의원 발언을 공유하며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파느냐. 저러니 저 당(국민의힘)은 답이 없는 것”이라고 했던 그는 14일 윤희숙 의원이 다시 쓴 글에 대해서도 “자기 ‘이념’이나 반성을 하든지.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앉았으니”라고 거듭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념에 눈이 뒤집혔으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분신한 노동자 내세워 기껏 노동시간 축소하지 말자는 전도된 얘기나 하는 거지. 어이가 없어서, 이쯤 되면 광신”이라며 혀를 찼다.

정치 감각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고립을 뚫고 탈출해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성 안으로 기어들어가 농성하고 앉았으니”라고 짚은 그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불필요한 싸움을 붙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민주당이 발뺌 하고 정의당과 김종인 씨의 연대가 운위되는 상황에 초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