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꼴로 북한에 대해 '불안', '걱정'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북핵 위협에 대한 우리나라의 독자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육박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아산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인의 대북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핵 위협과 관련 한국인의 인식을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상에서 진행됐다. 표집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p다.

우선 응답자 82%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인 55.8%는 북핵 위협이 본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54.7%는 북한의 군사능력이 위협적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으로 독자 핵무기 개발을 지지한 응답자는 48.2%로 절반에 가까웠다.

북한의 핵 위협을 포함한 안보상황에 대해선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68%로 나타났다. 다만 남북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53.3%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안보상황에는 불안을 느껴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는 셈이다.

국민이 북한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조사했다. 북한을 지원·협력·경계·적대 대상으로 보는지 알기 위해서다. 조사는 0점부터 10점까지 11점 척도로 진행됐다.

그 결과 북한이 '경계' 대상이라는 데 동의한 정도가 7.01점으로 가장 높았다.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6.25점, '협력' 대상은 4.67점, '지원' 대상은 4.17점으로 집계됐다. 대북 정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선 부정 시각이 짙은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독재국가'(43.9%), '적대국가(21.8%)의 순의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적적인 응답인 '국가가 아닌 동포 혹인 민족'(12.7%), '동반가능 국가'(8.1%)는 뒤를 이었다.

북한을 생각할 때 어떤 정서를 느끼는지 묻자 응답자 중 다수는 평소 북한에 부정 정서를 느낀다고 답했다. 가장 응답 수가 많은 순서대로 꼽으면 '불안한'(74.7%), '화가 나는'(73.9%), '걱정스러운'(73%), '수상한'(72%), '긴장하는'(71.1%)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이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셈이다.

이어 '분노하는'(69.7%), '지겨운'(66.2%), '성가신'(64.3%), '절망스러운'(60.7%) 등의 정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북한을 생각할 때 긍정의 정서를 느끼는 응답자의 비율은 낮았다. '행복한'(15.6%), '즐거운'(16.4%), '따뜻함'(18.1%), '정겨운'(20.7%), '공감하는'(27.8%) 등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연민'에 대한 감정은 '느낀다'가 48%, '느끼지 않는다'가 52%로 오차 범위 내를 기록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번 대북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는 북한에 부정 정서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는 대체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남북간 전쟁 발발 가능성에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절반 가까이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답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몇 주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1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이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던 점을 들어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무기를 시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차기 대통령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앞으로 몇 주 후 핵이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