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시킨 트럼프 공 언급…'질서 있는 이별' 해석
[바이든 시대] 문대통령, 트럼프에 예우…"마지막까지 협력"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로 새로운 한미 협력을 구상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질서 있는 이별'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으로 도출한 성과를 지켜가는 한편, 퇴장을 앞둔 그에게 예우를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와의 사이에 이뤄낸 소중한 성과가 차기 정부로 잘 이어지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와 마지막까지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임기 안에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고 최대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당장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는 내년 1월까지 70여 일 간 트럼프 행정부와 남은 외교 일정을 수행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권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쌓아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이 후퇴하지 않게 하는 것도 문 대통령에게는 주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시대] 문대통령, 트럼프에 예우…"마지막까지 협력"
실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초청으로 8일부터 방미 일정을 소화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파트너십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 이어 문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한미 간 소통을 지속하는 동시에 기존 외교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는 '톱다운' 접근법으로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을 성사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노딜' 후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대화와 별개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잘 협력해 왔다"고 한 문 대통령은 2019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밝히는 등 그의 리더십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8년 9월 유엔총회 계기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좋은 친구"라고 부르며 유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로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당선'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이러한 유대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선 패배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축전 발송이나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