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북(對北)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에 중점을 뒀던 데 비해 바이든은 김정은을 “불량배”라고 부르며 북한의 ‘핵 능력 축소’가 전제되지 않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없다고 공언해왔다.

바이든은 지난달 22일 열린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며 “한반도는 비핵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적 핵 폐기를 목표로 북한과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추진한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접근법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김정은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비핵화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바이든이 실무 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을 택하면서 미·북 협상 진전이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을 쉽사리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반드시 대북 정책 강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바이든의 최측근인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작년 2월 “북한이 실제로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있다고 믿기엔 매우 회의적”이라며 “현실적 기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란 목표를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거론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인내는 군사·경제적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이 전략을 택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 캠프에서조차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보다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적 관여’와 비슷한 대북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권이 교체되는 내년 1월을 전후해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내년 1월 노동당 대회를 끝낸 뒤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무력 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