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성1호기 재가동 22억 쓰더니…폐쇄 땐 120만원 '퉁'
월성1호기 재가동 주민 홍보에 22억원을 쓴 정부가 조기폐쇄 결정 때는 간단한 간담회 두 차례로 주민 의견 취합 절차를 대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근거로 감사원이 지적한 경제성 외에도 주민수용성과 안전성을 제시했지만 이중 주민수용성이란 기준을 평가할 근거조차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PA추진안' 문서를 보면 2013년 월성 1호기 재가동 당시엔 정부가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주민 홍보에 22억원을 책정했다. 지역 주요단체 행사 지원을 통한 협조 요청에 3억원, 지역 요구사항 시행에 1억원, 지역 여론주도층 대상 국내외 체험에 1억 5000만원 등이다. 지역 스포츠 지원과 전주민 대상 SMS 발송을 통한 홍보까지 벌였다.

이 문서엔 '지역출신 직원 활용한 전략적인 설득' '여론주도 지역인사 개별 접촉' 등 설득 전략까지 적혀있다. 한수원 담당팀이 총출동해 오피니언 리더들을 개별접촉하기 위한 명단도 작성했다. 어촌계장과 어촌계 대의원등 주민을 대상으로 수백회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원전 초청 견학자리까지 마련했다.

반면 2018년 조기 폐쇄 결정 때는 두 차례의 주민간담회 수준으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소요 예산은 참석자 도시락 125만원이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인사는 30명 가량밖에 안 됐다. 지역주민을 설득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가 요식행위로 처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절차법 22조에 따르면 행정처분 영향이 광범위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엔 정부가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윤 의원은 "과거 월성1호기 재가동 당시 TF까지 구성해 22억원을 들여 홍보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상황"이라며 "공청회 대신 간담회 두 차례만 열고 사실상 마무리한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부 측은 "월성1호기 문제는 한수원이 담당했고 정부가 공청회를 열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수원은 "행정부처가 아니라 법적 의무가 없다"고 했다. 주요 기관끼리 주민수용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윤 의원실의 지적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최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경제성 문제를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국가에너지정책을 경제성만으로 평가하고 감사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넌센스"라며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는 안전성·국민 수용성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사실상 간단하게 처리한 두차례의 간담회로 주민수용성을 판단할 근거조차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행정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주민 수용성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