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본격적인 심사가 2일 시작됐다. 정부·여당은 가능하면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중복 사업, 재정건전성 우려 등을 언급하며 대규모 삭감을 벼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선택적 통계 인용에 따른 재정건전성 착시’ ‘예산 사업들의 계획 부실 및 중복 가능성’ 등을 지적하고 있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예결위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정국의 막을 올렸다. 국회는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시한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예산안 수정 요구가 강한 만큼 검증 단계에서의 충돌·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국판 뉴딜 사업 등에서 15조원 이상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선택적으로 인용해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예결위의 지적사항을 언급했다. 추 의원과 예결위에 따르면 정부는 OECD 회원국의 재정건전성 평균 통계를 계산할 때 2015년에는 ‘단순평균치’를 썼지만 이듬해부터는 경제 규모가 큰 미국 일본 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가중평균치’를 사용했다. 가중평균치를 사용하면 OECD 국가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올라가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보일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구체적 사업 내역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예결위는 21조3000억원이 편성된 ‘한국판 뉴딜’ 예산을 두고 “일부 사업은 한국판 뉴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2025년까지 11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지만 2021년을 제외하고는 투자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의 실제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3차 추경에도 4조8265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사업이 편성됐지만 실제 집행 실적이 전혀 없는 사업이 51건이었다”며 “사업별 집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