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방북 삼성대표단 통해 이 회장에 선물 전달도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가 생전에 추진했던 대북사업을 통한 북한과의 인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대북 진출을 모색했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며 남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됐던 시기다.

[이건희 별세] 'TV생산에 조명애 캐스팅까지'…대북사업에도 족적

특히 삼성은 주 사업인 전자사업을 앞세워 대북진출 활로를 모색했다.

1999년 북한과 계약을 맺고 이듬해 삼성 브랜드를 부착한 TV를 북한에 보냈다.

이에 '아태-삼성'(ATAE-SAMSUNG)이라는 브랜드가 적힌 TV가 고려호텔을 비롯한 북한의 유명호텔 로비에 설치됐다.

반대로 북한에서 생산한 전자제품을 남한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TV·유선전화기·라디오 카세트 위탁가공 생산을 통해 평양에서 만들어진 전자제품들이 남한에 등장했다.

더 나아가 삼성은 남북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삼성과 북한은 2000년 중국 베이징에서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터를 개소하고 북한은 '조선컴퓨터센터'(KCC) 전문가들을 센터로 파견했다.

이듬해 삼성은 북한에서 개발된 '류경바둑', '류경장기'게임과 북한요리를 소개하는 '조선료리'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판매했다.

대북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의 임원들이 여러 차례 방북길에 올랐다.

대체로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가운데 대북사업팀이 북한을 방문해 소프트웨어 개발, TV·오디오 임가공 사업과 함께 현대가 추진하던 개성공단과는 별도로 50만평 규모의 최첨단 전자단지를 조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윤 부회장을 통해 이 회장에게 보내는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을 오가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북한 측에 평양사무소 개설을 요청할 만큼, 한때는 대북사업에 적극적이었다.

북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남쪽 1등 기업의 유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쪽에 오는 북측 고위 대표단은 항상 삼성전자 참관을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이건희 별세] 'TV생산에 조명애 캐스팅까지'…대북사업에도 족적

전자사업 외에도 삼성은 제일모직을 통해 1992년부터 북한에서 의류 임가공 사업을 진행하며 연간 1천만∼1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005년에는 삼성 계열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이 삼성전자 휴대폰 '애니콜'의 새 광고모델로 북한 무용수 조명애를 캐스팅해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면서 '이건희 세대'의 대북사업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미완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서는 처음 남북정상회담 경제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향후 남북 경제협력 활로가 열린다면 북한으로서도 국내 1위 대기업인 삼성의 역할에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가 못다 이룬 대북사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지난 2018년 남북관계 급진전의 물꼬가 됐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10월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한국에 이건희 회장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있느냐. 이 회장이 없으면 이번에도 평창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시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 회장의 사면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