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등록 화학물질 사용·판매자도 처벌

"개정안은 화학산업 폐기 법안
기업들 新물질 사용 어려워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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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재 대상을 확대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미등록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한 사람뿐 아니라 사용·판매한 사람까지 처벌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 등록과 관련해 판매·사용자는 과도한 확인 부담을, 제조·수입업체는 입증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기존 미등록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한 사람에게 환경부 장관이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사용·판매한 사람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화평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발의했다. 안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여서 입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환경부 장관의 조치명령을 위반한 화학물질 제조·수입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미등록 화학물질을 사용·판매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단독] 화평법 규제 강화나선 與

안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미등록 화학물질을 사용·판매한 사람에게도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며 “화학물질 통관기록 등 수출입 거래에 관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업계 숙원이던 화평법 규제 완화가 되레 ‘규제 강화’로 돌아오면서 절망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미등록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도 조치 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이 영업기밀 공개 부담으로 국내 공급을 포기하면 제조업 공정에 마비가 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소비자까지 범법자 될 우려
화평법 규제 대상 확대…특수코팅 프라이팬 쓴 주부도 처벌받나
더불어민주당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규제 강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를 하는 한국 화평법을 더 강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추진에 이어 환경 규제까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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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상 미등록 화학물질 취급자 처벌 대상에 ‘사용자’와 ‘판매자’를 넣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업계는 특히 화학물질 사용이 많은 염료·안료산업과 염색산업이 법 개정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런 식이면 기업들이 새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화평법 개정안은 화학산업 폐기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까지 범법자가 될 우려도 있다. 정밀화학업체 관계자는 “이 법안대로라면 도금액이 들어간 자동차 부품을 구매한 소비자, 특수 코팅제가 들어간 프라이팬을 쓰는 주부, 머리를 염색했거나 네일아트를 한 소비자도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안에서 환경부 장관이 관세청 등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수입 화학물질 통관 기록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도 업계에 큰 부담이다. 이상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우리나라 도금액의 90%가 수입 화학물질을 쓰는데, 이 법안대로라면 영업기밀 유출 우려 때문에 어떤 외국 업체도 한국에 공급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자동차 반도체 등 전 제조업 공정이 마비될 우려까지 있다”고 말했다.

판매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등록 화학물질이 현행법의 규제를 받는 수입·제조자 단계에서 대부분 걸러지는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을 가정해 판매·사용자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판매자가 처벌을 우려해 제조·수입사에 각종 서류를 요구하는 등 거래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민 제재는 과도”
국회 전문위원도 미등록 화학물질에 대한 제재 범위를 판매자와 사용자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미등록 화학물질 여부를 인지하지 못해 물질을 사용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발의된 유사 법안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광식 전문위원은 “사업자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미등록 화학물질을 사용한 일반 국민을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규제 대상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사용자로 제재 대상을 확대하면 이를 단속하기 위한 공무원 인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당 정책위원회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들의 의견을 청취해서 발의한 법안이고 소비자 보호 등 공익적 목적이 뚜렷한 법안”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면 입법 과정에서 소비자나 소매상이 미등록 화학물질 사용·판매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안대규/최예린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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