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장관(사진)이 고성을 지르는 일이 연출됐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리치는 다소 이례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미 장관을 상대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제5활주로 부지에 지어진 스카이72 골프장 운영권 입찰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정동만 의원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띄우며 김현미 장관과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전주 지역 인맥으로 엮인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하며 '골프장 게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동만 의원은 "인천공항공사가 국가계약법을 위반했고 국토부 장관도 연루돼 있다"며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 '골프장 게이트'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감사를 청구하고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장관과 이상직 의원이 전북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여기 제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게이트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며 항의했다. 정동만 의원이 "사진 찍은 것도 나와 있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하자 김현미 장관은 재차 "말씀을 해달라. 이렇게 (자료를) 띄워놓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정동만 의원이 "이상직 의원과 김현미 장관이 잘 아는 사이지 않느냐. 전주고 동문이다"라면서 "(김현미 장관이 골프장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상직 의원이랑 사진 찍은 것도 나오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현미 장관은 "그게 골프장이랑 무슨 상관이냐. 제 사진을 올렸으면 근거를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랑 사진을 찍은 사람이 수십만명이다. 의혹이 있다고 해놓고 근거를 말하지 않으면 근거 없는 의혹제기"라며 "제가 이상직 의원이랑 같은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것 말고 공항공사 골프장과 제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발했다.

정동만 의원이 "이상직 의원과 같은 학교도 나왔고 누나 동생 하는 사이 아니냐"고 묻자 김현미 장관은 "저한테 누나, 동생 하는 우리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줄을 섰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라북도 출신이 300만명인데 그것과 저하고 다 관계가 있느냐.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으니 의혹이 있다면, 제가 지금 고등학교를 다른 곳을 하나 더 다녀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현미 장관은 또 "진짜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면 면책 특권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지 말고, 당당하게 정론관에 가서 말씀하라. 아무리 국감장이라 해도 무차별적으로 음해하면 안 된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진선미 국토위원장이 잠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발언을 중단시켰지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다시 한 번 "김현미 장관이 반박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무시하듯이 말할 필요가 있느냐"며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고함을 치며 서로 항의한 끝에 국감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