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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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이 줄지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수십억원 규모 ‘성과급 파티’를 여는가 하면, 회사 직원이 법인카드로 연간 수천만원의 식사비를 지출한 사례 등이 국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부 공기업은 비자금 조성 정황까지 포착됐다. 국감 결과를 토대로 일부 공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뒤를 이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사는 빚더미, 직원은 성과급 잔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 임직원 성과급으로 올해 30억127만원(8월 기준)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2018년 7억3775만원, 2019년 24억 5648만원에 이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된 정부의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경영평가(A·B·C·D) 결과는 2017년 D, 2018년 C, 2019년 C에 불과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15년 부채비율 6905%를 기록한 뒤 2016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강 의원은 “자본잠식이 심각한 광물자원공사가 성과 없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날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성과급 225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당기순이익(95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1인당 수급액으로 환산하면 1160만원, 기타 성과급과 포상금 등을 합하면 1인 당 2323만원이다. 조폐공사는 올해 6월 기준 총부채가 2472억원으로, 2016년(534억원) 대비 약 2000억원 늘었다. 급증한 부채로 인해 지난해 이자액만 9억6000만원에 달했다.

부산·인천·울산항만공사는 장기위탁교육생이 교육기간 중 출근해 업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업무실적이 없던 30명의 위탁교육생 직원들에게 총 10억8000여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 식당서 법인카드 5800만원 결제

공기업들은 법인카드 사용도 방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 A부장은 2018년과 2019년 2년에 걸쳐 법인카드로 총 1억7000여만원을 결제하면서 식사비용으로 약 1억1000만 원을 사용했다.

특히 식사비로 결제된 비용 가운데 53%에 해당하는 5800만원을 특정 식당에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최 의원은 “카드 사용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가 없었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회사 지침 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공휴일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도마에 올랐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위반 건수만 10건이 넘는다”며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미인증 업체와 수의계약…비자금 조성?

일부 공기업은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강원랜드가 미인증 마스크를 수의계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 2월 방역 마스크 30만장을 구매하기 위해 경기도 시흥에 있는 L사와 계약금 7억2567만원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L사는 태양광패널을 설치 및 판매하는 회사로, 마스크 판매 및 유통 실적이 전혀 없었다. L사는 강원랜드와 계약하면서 KF94인증 제품을 납품하겠다는 제품 사양서를 제출했지만, 육안으로 봐도 인증제품이 아닌 미인증제품을 3차례에 걸쳐 버젓이 납품했다. 그러다 지난 3월 강원랜드 노동조합측의 문제 제기로 꼬리가 밟혔다. 이후 강원랜드는 L사에 대한 법적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L사는 또 다른 G사로부터 개당 1600원에 매입한 마스크를 강원랜드에 600원의 마진을 붙여 2200원에 납품했다”며 “L사와 G사의 거래명세표상에 사업장 주소지가 동일한 것을 보면 이들 업체는 조직적인 돈세탁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즉각적인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건 전말을 철저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