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통계 놓고 여야 공방…"죽은 집값 통계" vs "민간통계와 격차 좁혀"
공시지가 산정 놓고 형평성·투명성 문제 지적…"10월 말 국토부, 로드맵 발표"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집값 통계의 신뢰도를 놓고 19일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감정원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의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고, 여당 의원들은 감정원 통계와 민간 통계 작성 목적이 다르다며 감정원을 엄호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감정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대한 국감에서 "국토부 장관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부동산 정책을 펴는 건 관련 통계를 정확히 산출해야 하는 감정원의 책임도 있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진땀 뺀 감정원장…野에 "고치겠다" 답하자 與 "인정하나" 질책(종합)
그는 "통계가 하도 달라서 자체적으로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 가격을 비교해봤더니, 서울 25개 전체 구에서 집값이 최근 3년 동안 2배나 올랐더라"며 "정부가 죽은 통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통계청도 소비자물가지수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생활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피부에 와 닿는 통계를 작성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학규 감정원장은 "랜드마크 단지의 통계들을 국토부와 협의해서 한번 해보겠다"고 답했다.

같은당 이종배 의원은 감정원이 작성하는 주택가격 관련 통계 6가지의 개별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활용한 통계는 이 중 집값이 14% 올랐다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였는데, 통계를 한 가지만 활용하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장관이 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만 활용해 국민에게 알린 것 아니냐"면서 "알고 그랬다면 왜곡된 통계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고, 잘못된 통계를 활용해 정책을 만들면 정책에 오류가 생기고 실패가 발생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은 "감정원이 조사 표본을 보정할 때마다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공세를 폈다.

송 의원은 KB와 감정원이 각각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를 한 그래프에 겹쳐 제시한 뒤 "보정 전에 KB 수치와 벌어졌던 감정원 통계가 보정을 마친 뒤에는 KB 통계와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

이후 또 격차가 벌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렇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의원은 "감정원 자체의 주간·월간 통계도 딴 판으로 놀고 있다"며 "월간 변동률과 주간 변동률의 월간 누적분을 비교해보니 과거 정부에서는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 격차가 많이 난다.

감정원 자체 통계도 믿지 못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라고 감정원장을 몰아세웠다.

송 의원 강공에 김학규 감정원장이 "미진한 부분은 고쳐나가겠다"고 답하자 질의 순서를 넘겨받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즉각 엄호에 나섰다.

홍 의원은 "감정원장은 지금 감정원 통계 작성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거냐"고 질책성으로 감정원장을 다그쳤다.

진땀 뺀 감정원장…野에 "고치겠다" 답하자 與 "인정하나" 질책(종합)
홍 의원은 "KB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부동산 담보가치를 생각해 신규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를 표본에 많이 넣어 통계 수치가 더 높게 나오는 것 아니냐. 전체 시장은 그런 게 아닌데, 왜 명확하게 말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감정원장은 "(송언석) 의원이 너무 강하게 말씀하셔서 그랬다"라며 "감정원 통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자세를 바꿨다.

홍 의원은 앞서 오전 질의에서도 감정원과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두 기관의 지수 추이가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고, 격차는 최근 더 좁혀졌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두 기관의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지수 그래프를 화면에 띄우고 "올해 들어 6월 이후 두 기관 간 지수 격차는 더 좁혀졌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오섭 의원도 과거 KB국민은행이 시행하던 주택가격 동향조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감정원으로 이관됐다며 역공을 폈다.

조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은행의 호가 조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자 감정원으로 사업을 넘겨 2013년부터 감정원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사 기관을 바꾼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부동산 통계 논란이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며 여야 모두의 자성을 촉구했다.

심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민간-감정원 간 통계 격차는 많이 과장돼 있고, 논란이 확산한 데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며 "감정원이 내는 여러 통계의 조사 방식과 목적에 의해 숫자가 다른 것이지, 통계 자체가 틀린 게 아니다.

야당은 이것을 인정하고 정부는 수도권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을 인정하면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브랜드 아파트나 강남 3구, 신축아파트 등에 대한 국지적인 통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이에 김 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동 단위 통계도 정부에서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땀 뺀 감정원장…野에 "고치겠다" 답하자 與 "인정하나" 질책(종합)
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 방식과 투명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공시가격 산정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며 "개별주택가격과 관련해 땅값이 주택가격에 포함돼 있는데, 공시지가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역전 현상이 30%나 나타나는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작년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12∼45층의 공시가격이 모두 26억원으로 가격 차이 없이 산정돼 230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이 통째로 수정됐다"며 신뢰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잘못된 공시가격 산정의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된다.

서민들도 세금 폭탄을 맞고 있는데, 이의 신청을 해도 자세한 산정 방식을 알려주지 않아 왜 당하는지도 모르고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보 투명성을 높이라고 촉구했다.

김 감정원장은 "일반적인 산정 절차나 기준은 이미 다 나와 있고,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공포 안됐는데, 10월 말 국토부가 공시지가 관련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