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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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태양광 사업 지원을 위해 확보한 보조금 예산을 수소 연료전지 지원으로 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선포한 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지원사업 예산 및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주택지원사업에 예산 485억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이 중 260억원가량만 집행되고 나머지 금액(약 225억원)은 건물용 연료전지 보조금으로 사용처가 변경됐다. 2019년 1월 발표된 문 대통령의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태양광 보조금 예산을 연료전지 예산으로 바꿔 사용한 것이다.

[단독] 文 대통령 한마디에…태양광 예산 빼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쓴 정부
에너지공단 측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로드맵이 발표된 연료전지 부문을 정책적으로 확대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쳐온 정부가 장기적인 에너지정책 비전 없이 입맛에 따라 졸속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너지공단의 전체 태양광 보조금 지원금액(주택지원·건물지원 등 총합)은 2017년 598억원에서 2018년 1424억원으로 크게 불었다가 지난해엔 1075억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축소했던 태양광 주택지원 보조금 예산을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동원하며 다시 늘리면서 방향을 또 한번 틀었다. 2020년도 본예산에서 태양광 주택지원 예산을 459억원 편성해 놓고 실제 보조금 신청금액이 612억원에 달하자 추경을 통해 뒤늦게 200억원을 증액했다.

정부 차원의 장기 에너지정책 비전이 없다 보니 보조금을 수령하는 업체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태양광 보조금 추경 추계를 위해 주택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263개 태양광 업체에 수요를 파악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돌렸다. 참여 업체 수요조사 용량(2만2482㎾)을 보조금 필요금액으로 환산한 금액(208억원)을 추경에 그대로 반영(200억원)했다. 수요조사 참여 업체 중엔 고액 설비단가를 책정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던 곳도 포함됐다.

윤 의원은 “보조금을 받는 업체들의 수요조사에 예산 추계를 의존하는 것부터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