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관련 감사를 요구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도 너무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관련 감사위원회는 15일 국정감사 이후 속개될 것”이라며 “정확한 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16일부터 재개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감사원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는 지난 8일 월성 1호기 관련 안건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13일까지 총 네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지난 4월 세 차례 회의가 열린 것을 고려하면 총 일곱 차례 회의에도 결론을 못 낸 셈이다. 감사원은 “감사 내용에 쟁점이 되는 부분도 많고, 복잡하고 민감한 분야라 검토할 내용이 많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고려해도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안건에 대해 하루 이상 검토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일곱 차례나 회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 간 갈등설을 제기하고 있다.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폐쇄의 경제성 평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친여 성향의 감사위원들이 이를 막고 있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커지며 감사원의 중립성과 공정성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의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결론이 나오면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반한다는 이유에서 최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이미 여당에서는 최 원장의 가족 등을 이유로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수력원자력의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면 정치적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전문가들은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양쪽에서 공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전직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 논의 과정이 외부로 흘러나오고 결정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감사원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