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화상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화상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 선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북한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은 “서해 공무원 사살, 신형 전략무기 공개 등 북한이 평화 기조와 정반대 행보를 하는 상황에서 종전 선언 논의는 섣부르다”고 비판했다.

이 대사는 이날 국회 사상 처음으로 화상으로 진행된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핵화 진전 조치 없는 정치적 선언 성격의 종전 선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 “미 고위 관리를 접촉한 결과 북한만 동의한다면 미국은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종전 선언에 대해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하자는 것”이라며 “법률적 의무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종전을 선언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평화 협정을 맺어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에서의 정치적 선언”이라며 “지금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또 “종전이 선언되면 곧바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며 “비핵화 프로세스에 (종전 선언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공감하고 있고 북한의 공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전 선언과 관련한 질의 과정에서 야당은 강한 공세를 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종전 선언을 비핵화보다 앞에 두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아젠다 세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북한은 열병식에서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우리는 무장해제를 하고 핵 협상을 하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 대사는 한·미 동맹과 관련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만 한·미 동맹도 특별한 것”이라며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 동맹을 맺었다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자신의 과거 친중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지만, 이 역시 주미 대사로서 적절한 발언이냐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는 지난달 한 화상대담에서 미·중 갈등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는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