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대선 후보 '풍요속 가뭄'
안 대표, 의원 3석 미니 정당으로는 한계
서로 필요한 만큼 어떤식으로는 손 잡을 것
"김종인, 국민의힘 후보 키운 뒤 안철수 데려와 경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다. ‘호들갑’이란 표현을 쓴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 당시 전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안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인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당시 안 대표를 도왔던 한 전직 의원은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문제 등을 놓고 자신의 자문 그룹인 6인회의 멤버였던 김 위원장의 정치적 조언에 대해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김 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당시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안 대표가 이에 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자 김 위원장은 “대선에 야심이 있다면 국민들로부터 정직하게 평가를 받아야지 학교에 딱 숨어 국민의 지지도만 쳐다본다는 것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2016년 김 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평가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 즈음이었다. 김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가 탈당하기 전 나를 찾아왔다”며 “‘민주당에 들어갈 땐 대선 후보가 되려는 생각 아니었나. 성급하게 탈당을 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원래 가타부타 이야기를 안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행동이 나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의 탈당에 대해 “정치란 그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김 위원장의 안 대표에 대한 인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기자들로부터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마다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가)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처음 안 대표 한테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 이 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뜬 적이 있다(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우리 당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물어보지 말라.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마포포럼 세미나)”

김 위원장의 이런 말과는 달리 국민의힘 내에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안 대표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와 중도·보수 단일 후보가 된다면 우리 당 지지표와 안 대표 지지표가 합해져 본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의원도 기자에게 “안 대표의 지지표가 민주당 표는 아니잖아”라며 “나라를 구해놓고 봐야 한다. 안 대표와 함께 해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에 부정적인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뭘까. 그의 한 측근은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 절대 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안 대표가 서울시장 또는 차기 대선에 뜻이 있다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넓은 광장을 제공할 테니 (서울시장·대선)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들어와라”고 한 뒤 ‘안 대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4·15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가시화되고 정돈돼야 안 대표와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쪽에서 후보 없이 무조건 안 대표를 데려오자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생각인 것 같다”며 “이쪽 판을 좀 키우고 역동적인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1차 과제고 안 대표와 경선하든, 여론 조사로 단일화하든 그건 그 다음 단계”라고 했다.

안 대표는 연대 보다는 혁신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기자에게 “야권이 여권에 비해 비교 열세에 놓여 있는 만큼 혁신 경쟁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안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권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혁신 경쟁 속에서 연대와 공조를 하면서 ‘파이’를 넓혀 가야 한다”며 “그런 혁신 작업이 이뤄졌을 때 지지자들의 요구와 판단이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무턱대고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는 것은 백기투항 하라는 요구”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함께 할 수 있는 내용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의원도 “통합하려면 명분과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치 지형은 양측이 서로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대선 후보 ‘풍년 속 가뭄’을 겪고 있다. 거론되는 후보들은 많지만 ‘빅샷(거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태규 의원은 “국민의힘은 덩치만 컸지 안 대표와 연대하지 않고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급한 것은 안 대표가 아닌 국민의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 대표도 단독으로는 서울시장이든, 대선이든 도모할 수 없는 상황이다. ‘4·15 총선’에서 참패해 의원 3석의 미니 정당 대표로는 정치적 활로를 찾기 어렵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추후 연대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밀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