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성묘 가는 날'…당일 하루만 공휴일
북한, 코로나19·수해로 멀어진 '풍요로운 추석'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여름철 태풍 피해가 겹치면서 올해는 추석 차례상 마련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해와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곳간도 미처 채우지 못했고,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도처에서 집 잃은 수재민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이다.

30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도시 곳곳의 방역 초소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강원도 고산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방역 관리초소를 보강하기도 했다.

겹쌓이는 생활난으로 올해 북한의 추석은 움츠러든 주민들 속에서 여느 때보다 '조용한 명절'로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코로나19·수해로 멀어진 '풍요로운 추석'
추석 전날부터 다음날까지 3일간이 연휴인 남측과 달리 북한에선 추석 당일만을 공휴일로 정해 놨다.

남측에선 긴 연휴 동안 친척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지만, 북한에서는 추석이 '성묘 가는 날'로 통하는 이유다.

가족끼리 조상의 묘를 찾아 손질하고 준비해온 송편과 부침개 등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는 게 북한의 일반적인 추석 문화다.

북한은 한때 전통문화를 제한하면서도 성묘 문화만큼은 유지했고 2000년대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더 장려하는 모습이다.

북한 당국은 교외 공동묘지에 성묘하는 평양 시민들을 위해 버스 대수를 늘리고 지하철 시간을 연장하는 등 교통수단을 별도로 편성한다.

일반적으로 타지역 이동 시 통행증이 있어야 하지만, 추석만큼은 지방 주민들에게도 통행증을 쉽게 발급해주는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평양을 비롯한 도시 경계에서 전염을 막기 위해 분투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는 당국의 통제로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차례상 음식은 송편이 대표적이지만 예법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형편에 맞게 준비한다.

고춧가루나 마늘을 제사 음식에 쓰지 않는다는 인식도 일반적이지 않다.

평양의 추석 전통음식으로 찹쌀가루와 길금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노치'가 소개되지만,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다 보니 실제 일반화된 음식은 아니다.

지난달부터 대표적인 곡창 지대인 황해도에 집중 호우가 이어지고,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연달아 휩쓸고 지나가면서 곡식 수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평소 수준으로 차례상 음식을 장만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코로나19·수해로 멀어진 '풍요로운 추석'
성묘를 가지 않는 주민들은 집에서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식당들에서 외식을 즐기기도 한다.

남측에서는 추석 당일 식당들이 일제히 영업을 하지 않지만, 이런 문화 때문에 북한에서는 옥류관 등 평양과 지방의 주요 음식점들이 주민들로 붐빈다.

북한에서 추석을 상징하는 전통 행사는 씨름 경기로, 남쪽의 '추석장사 씨름대회'와 비슷하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는 지난 7월 추석을 소개하며 "해마다 추석을 계기로 평양 능라도에서는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우승 상품은 대회 명칭 그대로 '황소'다.

이외에도 그네뛰기, 줄다리기, 길쌈놀이 등 이름이 익숙한 민속놀이가 단체나 개별적으로 열린다.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신미리 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인민군열사묘 등에 화환을 진정하는 행사도 진행되는데, 주로 주민보다는 간부들이 참여한다.

북한, 코로나19·수해로 멀어진 '풍요로운 추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