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00兆 투입…'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無人정찰기 실전 배치
군 당국은 지난달 10일 확정한 ‘2021~2025 국방 중기 계획’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 돔’(iron dome·장사정포 요격 체계)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원자력 추진 엔진 탑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군사용 정찰위성과 우리 기술로 만든 중(中)고도 무인정찰기도 2025년까지 전력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방어’ 장사정포 요격체 개발

5년간 300兆 투입…'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無人정찰기 실전 배치
이번 중기 계획에는 총 300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내년부터 5년간 방위력 개선비로 100조1000억원, 전력 운영비로 200조6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긴 국방 예산은 2024년에 63조6000억원으로 늘어나 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국방부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막기 위한 한국형 아이언돔 연구에 착수하고, 2020년대 후반에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이언돔은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날아오는 장사정 포탄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무기체계로, 추적·감시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이 한 세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방사포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자체 설계 및 기술 개발을 통해 이르면 2020년대 후반 전력화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북한은 MDL 인근 지역에 1000여 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 감시·정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군사용 정찰위성과 우리 기술로 만든 중고도 무인정찰기도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무게 100㎏ 이하의 초소형 위성 수십 기를 저궤도에 띄워 한반도 전역을 실시간 정찰하는 감시 시스템도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3만t급 경(輕)항공모함 확보 사업도 공식화했다. 올해 말까지 개념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기본 설계에 착수한 뒤 2030년 초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항모에는 최신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20대가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경항모는 한 척이지만, 기존 독도함과 마라도함(1만9000t급)의 갑판을 보강하면 경항모로 개조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경항모를 동·서해로 동시에 보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양방향에서 견제할 수 있다.

4000t급 ‘핵잠’ 개발 착수하나

국방부는 중기 계획에서 핵 추진 잠수함으로 전환이 가능한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도 시사했다. 현재 3000t급 한국형 차세대 잠수함(장보고-3급)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보다 큰 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무장 능력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핵 추진 여부를 말하기는 부적절하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핵 추진 잠수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핵잠수함 개발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농축할 수 있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잠수함을 운용하려면 원자력 협정부터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발표 직후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 될 것”이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과 핵 추진 잠수함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한국은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기술적 여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잠수함 원조국인 독일과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건조 기술과 3000~4000t급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