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 탐구
김종인(하) 확장 전략 먹힐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전남 구례의 한 전통시장을 28일 방문해 상인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전남 구례의 한 전통시장을 28일 방문해 상인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선거 결과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종종 얘기한다.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건 중도 확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기본소득과 같은 좌파 성향 복지 이슈를 선점하고, ‘기업규제 3법’에 찬성하고 나선 것도 중도 성향 표를 끌어들이려는 사전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2012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거를 치를 때도 같은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재탕·삼탕 선거전략
3040 잡겠다는 김종인式 중도 노선…"집토끼마저 놓칠 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보수 개혁 이미지와 정책이 ‘최순실당’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선거전략이 재탕 삼탕으로 되풀이되는 경향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개명하고 정강·정책을 새로 바꾼 시도는 2012년 한나라당 시절의 판박이다. 당시에도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말을 빼면서 논란이 일었다. 순환출자 해소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과 제도 개편안도 당시 김 위원장이 들고나온 개혁안이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강·정책으로 채택한 기본소득은 2012년 기초연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다. 그는 “당시 선거 막판에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가 맹렬히 쫓아오자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도록 했다”며 “박근혜 후보의 고정 지지층을 투표장에 가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2016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로 총선을 치를 땐 보수적인 대북정책으로 중도 보수표를 모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 한 달 만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 관계 위기가 고조되자 군부대를 전격 방문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은 “남북 관계 등에서 김 위원장의 보수적인 시각이 당시 민주당 총선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기초연금 정책은 2016년 민주당의 총선에 재활용됐다. 민주당은 당시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30만원을 균등 지급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30~40대 유권자, 핵심 변수”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40대 유권자’의 민심이 이번 국민의힘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들이 국민의힘에 여전히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30·40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30~40대가 민주당을 선호한다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로 상징되는 김종인표 선거 전략이 통할지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종인표 선거 전략이 중도표를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동개혁 등 더 근본적인 이슈를 선점해야 지지율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태선 정치평론가는 “2012년에는 김종인표 경제민주화가 민주당의 의표를 찔렀고, 효과도 있었다”면서도 “이번엔 민주당을 따라가는 형국이어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민주당 2중대’ 전략으론 득표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과감한 인재 발탁과 같은 눈에 보이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명하달식 의사소통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기업규제 3법을 주도한다고 당의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는다”며 “당의 주요 정책을 정할 땐 공청회 청문회를 거치고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을 해야 진심을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이동훈/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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