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단절 국면서 정상간 친서교환…코로나19 이후 상황 기대도
재발방지 위해 남북 군당국간 후속협의 열릴 수도…미 대선 이후 북미관계 '변수'
김정은 이례적 '직접 사과'…남북관계 분위기 달라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 민간인 사살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 사과하면서 경색국면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던 남북관계의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은 대북 전단 문제가 불거진 지난 6월 남측과의 대화 채널을 완전히 끊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는 등 물밑으로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된 점도 고무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남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측에 대한 공개 사과는 전례가 없는 일로, '북한군이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물론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에게도 잘못된 점이 있으면 솔직하게 사과하는 달라진 통치 스타일을 보여왔지만, 북한의 전통문에는 이번 사과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이번 사건을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라고 표현했고,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라고도 언급했다.

북한군이 비무장한 남측 민간인을 총살했다는 잔혹함에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국방부와 청와대가 각각 이를 '만행', '반인륜적 행위'로 규정하며 전례 없이 강하게 규탄하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남북관계를 완전히 외면할 생각이 아니라면 남측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이례적 '직접 사과'…남북관계 분위기 달라지나

특히 북한이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친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코로나19 극복 이후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코로나19와 태풍 등을 언급한 뒤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지문을 보면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남북관계 전환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공동위 등 남북 군 당국 간 대화 필요성이 생겼다고 홍 실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급속도로 냉각됐던 남북관계에 단시간 내 온기가 스밀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관계 기대나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10·4 남북정상선언 기념행사'에서 북한은 과거 코로나19 위로전문도 보낸 적이 있다면서 '정상국가로서 할 것은 한다'는 수준에서 전통문을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멘텀(동력)을 잡기 위해선 굉장히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과의 분위기에 따라 남측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변수다.

따라서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뒤 꾸려질 미국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는 남북관계에 별다른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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