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살림집(주택) 내부를 둘러보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살림집(주택) 내부를 둘러보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낸 가운데 북한이 밝힌 사건 경위는 그동안 정부가 밝힌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월북 시도로로 추정한 우리 당국 설명과 달리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은 "(A씨가) 신원 확인에 불응했다"는 취지로 월북설을 사실상 부인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A씨에 대한 사살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단속 정장(艇長)의 결심이었다"며 '상부 개입'은 부정했다. A씨가 도주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속 과정에서 우발적 요소가 있었다는 취지의 해명이 뒤따랐다.

A씨의 시신은 불태운 것이 아니라 바다로 빠졌고, 혈흔이 남겨진 부유물을 태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측이 그동안 정보 자산 등을 통해서 파악한 정황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사살'은 인정한 북한…불태웠다는 지적엔 반발

북측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A씨를 사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신은 물에 빠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북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앞선 24일 만 하루 이상 바다에서 표류해 기진맥진한 상태인 A씨를 북측이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쯤 발견해 6시간 동안 잡아두면서 상부 지시를 받아 같은날 오후 9시40분쯤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워 오후 10시11분에는 열상 감시장비(TOD)에 불꽃이 포착됐다고 했다.

북측이 "시신은 물에 빠지고 부유물을 태웠다"고 주장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 우리 측은 북측이 6시간 동안 A씨를 잡아뒀던 도중 A씨를 놓쳐 2시간 정도는 다시 찾았다고 했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후 해경의 조사를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스1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5일 오후 해경의 조사를 위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스1

우리 측 '자진 월북' vs 北 '우연히 표류'

북측은 또 A씨가 자진 월북이 아니라 우연히 표류한 듯한 뉘앙스의 해명을 내놨다. 북측은 "(A씨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해 신분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자진 월북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 우리 측 설명과는 달랐다.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날 A씨의 월북 시도를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통신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으로, 이를 통해 A씨와 북측의 대화 내용이나 북한 군의 대처 상황 등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관계자는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A씨가 북측으로 간 것은 월북 목적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월북을 시도했다는 것과 피격이 이뤄졌다는 것, 시신이 훼손됐다는 것은 한 덩어리로 파악된 정보"라고 부연했다.

다만 A씨 유족도 "자진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