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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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상에서 월경한 남측 민간인을 향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화장한 이례적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남북한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지속적으로 유화메시지를 내왔다.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했지만 끊임없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75주년 광복절 8·15 경축식, 지난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등을 기념해 북측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을 강조하고 코로나19 협력·이산가족 상봉 등을 언급하며 인도적 협력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유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6월 말 이후 별다른 대남 메시지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은 '작은 교역'을 통한 남북간 교류·협력 및 금강산 개별 관광 재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북한 군에 총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관계 경색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구상했던 사업이 언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에 사망한 민간인 박왕자 씨 총격 사건 떄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당시 북한은 전적으로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렸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 관광 담당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사망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박왕자 씨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의 대응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 당국이 선제적으로 추가 조치 또는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내부 여론은 들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과 같은 노선으로 대화에 방점을 둔 대북 정책을 추진한다면 여론의 반발로 인해 대북 사업에 대한 추동력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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