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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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사진)의 ‘동북아 방역 협력체’ 구성 제안이 공허한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중국 일본 북한 등 관련국들이 호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새벽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 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방역 협력체 관련 부분은 이날 연설에서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여러 차례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왔고, 지난 6월에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국을 향해 높은 담을 쌓은 상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호스트로서 출범시킨 6자회담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주선하는 다자협의체에 북한이 응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려면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무적으로 충분한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호응할 가능성이 큰 중국에도 지난달 양제츠 중앙정치국 위원이 방한했을 때 비로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 간 첨예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도 협의체 출범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중국과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과의 관계는 최근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 최악인 상태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