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으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세입자가 6개월 동안 임차료를 내지 않아도 연체 기간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재도 경제 사정의 변동 등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임차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도 포함되도록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4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홍 부총리는 또 “법상 임대료 연체 기간 3개월을 산정할 때, 개정안 시행 후 6개월은 연체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국회 상황을 전했다. 현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3개월 연체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시행 후 최장 9개월까지 연체가 가능해진다.상가 시장에서는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힘든 것은 임대인도 마찬가지인데, 임대료 감면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6개월간 임대료를 한 푼도 못 받아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 하게 하는 조항이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센터장은 “상가 임대인도 똑같이 어려운데 임차인만 과보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최진석/정인설 기자 iskra@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후보 추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이 강행한 것이다.민주당은 23일 야당 반발에도 여야 간사 간 협의 없이 제1 소위원회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 지 이틀 만이다. 김종인이 공수처법 개정 의사 밝혔는데…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앞선 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국민의힘)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안 하니 민주당에서 강경하게 나오는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도 곧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있다. 그는 "현재 추천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접촉해 고르고 있다"고도 말해 공수처법 개정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이에 이낙연 대표는 이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국민의힘 측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기다리겠지만 동시에 공수처법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심의하겠다"고 압박했으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국회에선 같은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법 개정안'의 상정을 긴급 요청했다. 여야 간사 간의 협의가 없었던 사항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소란도 빚어졌다. 김종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여야 교섭단체 각 2명'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몫을 '국회 몫 4명'으로 수정한 것이 골자다.김종민 의원의 긴급요청으로 백혜련 소위 위원장이 거수 표결로 나서 상정하려고 하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수적으로 두 배나 되는 여당이 표결하겠다는 것은 야당더러 또 들러리 서라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과거 발언부터 생각하고 정치를 생각해 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반발…"야당 얼마나 우습게 아는 것인가"조수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오늘 아침 예정에도 없던 공수처법 개정안 상정을 했다"며 "느닷없이 이 안건 상정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대화와 협력이고, 협치인가"라고 비판했다.이어 "초등학생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날치기를 밥 먹듯 하면서 어떻게 국회라 하겠나. 유신 독재 때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야당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러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조수진 의원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현안 질의를 금지한 데 대해서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회의원이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을 곧 추천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야당을 겨냥해 단독 법안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이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시간 끌기’를 명분 삼아 단독 법안 개정도 불사하려는 여당의 논리를 방어하기 위한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與 “11월에는 공수처 처리하겠다”공수처 출범을 두고 그동안 야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여당은 이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며 오는 11월 내 공수처장 임명을 압박했다. 공수처 검사·수사관 임명 및 행정처리도 한 달 내 완료해 내년 1월 1일에는 반드시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을 임명하기 때문에 공수처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출범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수처장 임명은 추천위원회 7인이 제청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선택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추천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았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공수처법 위법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며 “시간 끌기로 공수처 설치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길 바라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민주당은 법사위에서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에 있어 야당 몫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국회가 네 명을 추천하거나(김용민안), 야당이 일정 기간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에게 추천위원 임명 권한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박범계·백혜련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사실상 공수처 구성에서 야당의 권한을 대폭 축소·삭제하는 법안들이다. 김종인 “곧 추천위원 추천할 것”민주당이 야당의 비협조를 문제 삼아 공수처 출범을 단독으로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차선책으로 일단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김 위원장은 이날 “우리 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천위원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동안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의 위헌소지를 문제 삼으며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추천위원 추천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대통령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자리가 3년 동안 공석이라는 점까지 들며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와 특별감찰관 추천위원을 동시에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수처 구성에서 야당을 아예 배제하려고 하자 야당 권한이 사라지게 두는 것보다는 일부분 협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