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개발 조건을 재협상하기 위해 한국 협상단이 22일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인도네시아가 경제 사정이 어렵다며 지급을 미루고 있는 5000여억원의 체불금을 우리 협상단이 받아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강은호 방위사업청 차장 등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 10여 명으로 꾸려진 협상단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측과 23일부터 1박2일 동안 KF-X 분담금 비율 등 공동개발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벌인다.

이번 협상에서는 개발 분담금 비율 조정과 기술 추가 이전 등이 쟁점으로 꼽힌다. 양국은 2015년부터 8조7000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고 있다. 체불금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총 5003억원에 달한다. 다음달이 되면 연체금은 1040억원이 더 늘어난다.

양국 간 재협상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작년 10월 말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8년 9월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KF-X 분담금 중 인도네시아 부담률 5% 축소 등 재협상을 요구했다. 양국은 조코위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비율(20%)은 지키되 일부 현물로 납부하는 쪽으로 견해차를 좁혔다. 그러나 군 장성 출신이자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인 프라보워가 작년 10월 말 국방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된 뒤 “국방예산과 무기체계를 전면 검토하겠다”며 지금까지 재협상을 보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은 처음 계약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기술 이전을 통해 지속적인 이익을 얻길 원하지만, 한국 측은 지식재산권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측은 사업 자체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신호까지 보이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러시아산 수호이 Su-35와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미국산 F-16 전투기 중에서 일부를 사들일 것처럼 저울질하는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오스트리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구매에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라보워 장관의 대변인 다닐 안자르는 지난 7일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내야 할 분담금 비율과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재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전 협상에서 인도네시아는 분담률을 15%로 낮추길 원했지만 18.8% 합의에 그쳤다”고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