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2호기 / 연합뉴스
월성원전 2호기 / 연합뉴스
탈원전 정책 이후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5년 넘게 미사용한 자재를 3300억원 어치 넘게 쌓아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2015년 이후 매년 20% 넘게 재고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나 사놓고 '불용처리'될 자재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수원과 조달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수원 장기재고 자산 현황'에 따르면 9월 기준 한수원의 5년이상 장기재고는 5만1104품목, 금액으론 3309억원 어치에 달했다. 통상 원전 점검 주기가 18개월인 것을 감안했을 때, 5년 넘은 자재를 300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건 재고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게 허 의원실의 지적이다. 구매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쓰지 않은 재고도 1만4621품목, 327억원 규모나 됐다.

한수원의 재고자산은 2015년 이후 매년 30% 가까이(금액 기준)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엔 전년보다 재고가 30.2% 증가했고, 지난해엔 또 이보다 24.9% 불었다. 가동한지 오래된 원전이 늘어나면서 부품 예비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른바 '짭퉁 부품' 논란이 일어난 뒤 더 사들여 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확 늘어난 재고량만큼 한수원의 재고관리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들인 자재 대비 사용된 자재 비율인 부품 출고율은 지난해 기준 72.9%에 그쳤다. 10개 자재를 사면 이중 7개만 쓰고 나머지 3개는 재고로 넘겨졌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불용처리된 자재만 9930품목(금액 184억원)에 달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올 때 품질증빙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제 원전 정비에 사용하지 못하고 장기간 쌓아두는 경우도 수백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해외업체에서 자재를 구매해 선적한 뒤 국내로 들어와 인수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품질증빙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자료보완요구서(DDN)을 발행하는데, 서류 보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자재를 사용하지 못한다.

탈원전 정책 추진 이후 영업이익이 금감한 한수원이 재고관리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재고비용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2%, 순이익은 전년보다 29% 급감했다. 허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한수원의 수익은 줄어들고 재고자재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고기준과 구매기준을 개선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