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취임 동시에 정상간 소통 시작…문대통령 대화 의지 강조
강제징용 해결 난망…한중일 정상회담서 첫 만남 성사 주목
최악의 한일관계…문대통령 서한, 대화 첫걸음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강조한 만큼 스가 총리와 일본의 새 내각이 호응할 경우 양국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양국이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악의 한일관계…문대통령 서한, 대화 첫걸음 될까
◇ 극한 대치 1년, 돌파구 찾아낼까…한중일 정상회담 주목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서한을 보낸 것을 알린 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 언제든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일본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때리기'를 주도해 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물러난 시기와 맞물려 일본의 새 내각과 대화를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이 이번 서한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한일 간 극한 대치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분석도 깔려 있다.

한국의 경우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등 수출규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 정부의 자체 평가지만, 이와 별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외교적 사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제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는 상황이다.

일본 내에서도 수출규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동시에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 실리를 찾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양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에서 아베 총리의 퇴진이 하나의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경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양자회담이 자연스레 성사되며 양국 대화가 급진전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화상회의로 개최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최악의 한일관계…문대통령 서한, 대화 첫걸음 될까
◇ 강제징용 해법 이견 여전…스가 "외교 계속성 중요"
하지만 여전히 한일관계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외교가에서는 스가 내각의 외교 노선이 아베 내각과 큰 차별점을 갖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스가 총리는 이미 "외교는 계속성이 중요하다"면서 아베 전 총리와 향후에도 외교사안을 계속 상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양국 관계악화의 핵심 원인이 된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해법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스가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한(한일) 청구권협정이 일한(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그것에 꼼꼼하게 얽매이는 것(구속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징용 피해자 문제는 1965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도 불가역적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아베 정권의 입장을 반복한 셈이다.

스가 총리는 또 지난 7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한일 관계에선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결국 이 문제에서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한일 양국은 계속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