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14일 정부·여당이 개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과 상법에 대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며 “(세부) 내용은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찬성할 부분과 반대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가 적극 반대하는 이들 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여서 관련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질문에 “코로나19와 별개이며 (공정한) 제도를 확립하는 법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김 위원장은 국회 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됐을 때 상원의원 경력 2년 밖에 안 됐다, 기회가 왔을 때 놓쳤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며 “인생을 사는 동안 그런 기회는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윤 의원 본인의 말에 대해 덕담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윤 의원 외 경쟁력 있는 초선 의원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엔 “초선, 재선 구분하지 말자”며 “다같은 정치인인데 그중 누가 역량 발휘할 수 있느냐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다음은 김 위원장과 한 일문일답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발언 내용은 손질했다.

▷국민들이 '정부 돈에 맛 들이고 있다'는 말이 회자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선대위원장 취임하는 날 100조 정도 예산 확보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또 거기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자연스럽게 직업 잃게 될 테니 생존, 생계 대책 세우라고 했다. 정부도 처음엔 70% 정도의 국민들에 지원을 한다고 했다 나중에 100% 하겠다고 했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다고 본다. 공무원, 교원, 소위 큰 기업 종사자들은 국세청에 원천징수 납부 자료가 다 있다. 그런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 소득을 잃는 사람이 아니다. 왜 그런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냐. 다른 한편으로 무슨 재정 안정성 걱정한다. 서로 상치되는 얘기다. 그렇게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 지급하다보니 이번 2차 코로나19에서 진짜 코로나19로 영향 받는 사람들만 다룬다는 거 아니냐. 일반적으로 한번 정부 지원을 받던 사람들은 “왜 우리는 주지 않냐”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

▷그런 방식의 선별지원은 기본소득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본소득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기본소득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재원이 없으면 기본소득은 움직일 수 없다. 재난지원금과는 관계가 없다. ”

▷ 3~4차 재난지원금 이야기도 나온다.
“도대체 정부가 예측 능력이 없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 2차 확산이 되고 가을, 겨울되면 독감 겹쳐서 더 확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내가 미리 코로나19 대책으로 올해 말까지 100조원 규모 예산을 확보하라고 했는데 자기들은 코로나19 방어 잘했다고 자랑만 했다. 벌써 지금까지 나온 (추경 규모가) 70조원 가까이 된다.”

▷기본소득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려면 지금보다 세금을 배로 거둬야 한다는 연구를 한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세금으로 올릴 수 있느냐. 그건 불가능하다. 기본소득도 재정 허용 범위 내에 할 수 있는 거다. 빚을 내서 할 수는 없다.

▷최근 국민의당과 케미가 좋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자꾸 그런 질문이 많이 나오는 데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국민의힘이 안정되고 국민의힘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문제다. 사실 여러분이 과거 정치를 쭉 살펴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정당을 합친다고 성과가 난 예가 없다. 대표적인 게 지난 4·15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보수대연합을 했다. 그래서 성과가 났나.”

▷지금은 보수 연합 시점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본인 책을 보면 대통령에게 두번의 배신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거기서 얻은 교훈이 있나.
“공통점을 말하면 정직하지 않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교훈은 당시 비대위 만들어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대폭 바꿨다. 그 역할을 내가 했다. 그런데도 과거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총선 앞두고 내가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을 사임했다. 당시 총선 승리 결과를 분석한 후 대선에서 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이 되고 당시 했던 약속을 송두리째 지키지 않았다. 그게 결국 그 정권에 비극을 초래했다. ”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경제민주화법이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당시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가져 갔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못하게 해서 결국 아무 것도 된 게 없었다. 내가 두려운 건 한번 약속을 어긴 경험이 있으니 일반 국민들이 국민의힘은 무엇인가를 약속하지만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는 신뢰의 문제가 있다. 신뢰를 구축하는 데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

▷민주당이 또 다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심의를 해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 ”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법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냐.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구체적인 법안의 세부) 내용은 심의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찬성할 부분, 반대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

▷법 개정이 기업들을 대표적으로 옥 죈다는 말도 있다.
“기업은 항상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이다. ”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굳이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을 추진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코로나19와 별개다. 제도를 확립하는 일이다. ”

▷기업인들의 얘기는 들어보나.
“정치하는 사람이 기업 말 들어서 무슨 일을 하겠나. ”

▷책을 보면 삼성, 대우 등 재벌 기업 총수를 혹평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인은 가장 옳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소위 자기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옳지 못한 행위를 하는 자체에 대해서 규탄하는 거다. 슘페터에 따르면 가장 애국적인 기업인은 국가가 정한 법률과 그 나라 관행을 지키면서 이윤을 많이 내는 사람이다. ”

▷정부가 부동산 감독기관, 부동산 거래분석원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 조직 만든다고 문제 해결 못 한다. 궁여지책이다. ”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은데 부동산 말고 자본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대안이나 정책이 있을까.
“무슨 정부가 인위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개개인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부동산 갔다, 자본시장 갔다 하는 거다. ”

▷정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는 김세연 전 의원이 보궐 선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불출마 선언 하는 사람까지 평가해야 하나.”

▷불출마는 재보궐 선거고 대선 후보는 될 수 있는데.
“그건 그 사람한테 물어봐라. ”

▷윤희숙 의원은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정치력이 부족할 것 같다”고 했다.
“정치력은 특별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 됐을 때 상원 경력 2년 밖에 안된다. 본인이 대통령 출마하지 않으려고 했는 데 ‘기회가 왔을 때 놓치면 안된다'고 해서 나갔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동안 그런 기회는 한번 밖에 안 온다. 그걸 포착 하면 큰 기회가 되고 그거 놓치면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윤희숙도 아무도 잘 모르는 정치인이었는데 지난번 국회 5분 발언 통해서 진가가 나타났다.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치인 될 수 있다. ”

▷윤 의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당내 초선에서 윤 의원 말고 경쟁력 있는 사람 있나.
“초선, 재선 구분하지 말자. 다 같은 정치인인데 그중 누가 역량 발휘할 수 있느냐를 봐달라.”

▷이낙연 대표 만나고보니 어땠나. 식사 때 분위기는.
“특별히 답변할 게 없다. 알던 사람 만났다.”

▷이낙연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80석 (거대 야당)의 의미를 살리려면 한국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뭐냐, 그런 이슈를 해결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본다.”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승리할 수 있겠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서울시장 보궐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겠다 말할 수 있겠다.”

▷본인이 대선 후보로 등판할 수 있다는 설도 있다.
“그런 얘기는 하지 않는게 좋다. 누차 말하는데 사실 그런 생각 가진 사람이면 지금처럼 행동하지 못 한다. ”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