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비핵화 의사를 밝히면서 “내 아이들이 핵무기를 짊어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내용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미·북 정상회담 준비차 2018년 3월 31일 방북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폼페이오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돼 국회 인준을 앞둔 상태였다.

폼페이오가 김정은을 만나 “한국 정부는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김정은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나는 아버지”라며 “내 아이들이 남은 인생 동안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의 방북에 앞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 및 미·북 대화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또 폼페이오에게 “(미·북 긴장이 고조된 2017년은) 전쟁이 매우 임박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는 이후 자신의 측근에게 “(김정은의 말이) 진짜인지, 허세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트럼프도 작년 12월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폼페이오의 방북 즈음에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서 “더 좋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당신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