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짜리 현지시찰 영상공개…진창길 운전에 이어 애민정신 부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에서 반소매 내의만 걸친 채로 건설장과 논밭을 누벼 눈길을 끈다.

수해현장 찾은 김정은, 반소매 내의 입고 건설장·논밭 누벼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한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복구 현장 시찰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초반에는 흰색 셔츠를 차려입었지만, 중반부터 이를 벗어던지고 반소매 상의 내의 차림으로 등장했다.

내의 차림으로 담벼락에 팔을 걸친 채 담배를 태우거나 동행한 당 중앙위 간부들과 웃음을 터뜨리는 등 친근해 보이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황해도가 북한 최대 쌀 생산지라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침수됐던 논을 찾아가 낱알을 직접 손에 쥐어보는 모습도 유독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때 건강 이상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날 영상에서는 언덕과 계단을 혼자서 무리 없이 오르내리는 모습이었다.

수해현장 찾은 김정은, 반소매 내의 입고 건설장·논밭 누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김 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리일환 당 부위원장,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용수 당 중앙위 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박창호 당 황해북도위원장 등 동행한 주요 인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다만 이들을 맞이한 김철규 군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을 비롯해 현장 관계자와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김 위원장을 수행한 현송월 부부장의 옷차림도 눈에 들어온다.

그간 명품 가방과 짙은 화장,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던 현 부부장은 이번에는 수해 복구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한 듯 까만 바지 차림으로 등장했다.

수해현장 찾은 김정은, 반소매 내의 입고 건설장·논밭 누벼
이번에 대청리에 새로 지은 주택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원경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미루어 보면 한 구역에 50채가 넘는다.

모두 단층 살림집으로,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한 세대에 한 동씩 단독으로 지어졌다.

김 위원장은 "농장원들의 요구대로 살림집을 건설자재 소요량이나 부지 절약 측면을 고려하지 말고 1동 1세대로 지어주라고 지시를 주고 설계안을 비준해줬는데 그렇게 하기 정말 잘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부 건물은 담벼락과 내부 미장까지 마무리된 상태로, 북한은 이달 말까지 이 지역 살림집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영상에 잡힌 '작업반 마을들의 건물배치 계획안과 설계안'에 따르면 살림집(주택) 건설을 9월 말까지 끝내고 10월 초에는 새집들이를 하도록 목표를 설정해놨다.

수해현장 찾은 김정은, 반소매 내의 입고 건설장·논밭 누벼
이날 영상은 12분 길이로 일반적인 현지시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게 방영됐다.

조선중앙통신 보도 역시 총 3천800자 분량으로 적지 않았다.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 감염병,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빠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수해 복구현장 시찰을 선전하고 애민정신을 강조해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대청리에서 홍수가 일어난 직후에도 흙투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직접 몰고 나타나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 차량이 논 판에서 미끄러져 내렸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거듭 보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