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의 뉴스 편집에 불만을 드러내며 "카카오 들어오라 하라"고 지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의 뉴스 편집에 불만을 드러내며 "카카오 들어오라 하라"고 지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중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연설 관련 뉴스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 화면에 걸리자 “카카오 너무하다. (국회 의원실로) 들어오라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메시지에 담겼다. 정치권에서는 기업에 대한 여당 의원의 갑질이며 여론 통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포털 장악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윤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직 사퇴와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與 의원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8일 국회 사진취재단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도중 윤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의원은 보좌진에게 다음 사이트 메인 화면을 캡처해 보냈고, 캡처를 본 보좌관은 “주호영 연설은 바로 (포털)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라고 지시했다. 이어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적어내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야당 원내대표인 주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빠르게 소개되자 윤 의원이 불만을 드러내며 다음을 관리하는 카카오 측을 국회로 불러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논란이 일자 윤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전날 우리 당(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연설했는데, 기사가 포털 메인에 반영이 안 돼 의아해하고 있던 차에 주 원내대표 연설은 짧은 시간에 (메인에) 전문이 올라왔더라”며 “여야 대표 연설이 (반영에서) 차이가 나는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어 알아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 뉴스와 비교해 주 원내대표의 뉴스가 포털 메인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는 뜻이다.

윤 의원은 카카오 등 포털 관련 규제를 다루는 과방위 위원이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포털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낙연 대표와는 기자 시절 선후배로 같이 근무했고, 현 정부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윤 의원은 “네이버에서 대관 담당을 할 때 여기 계신 많은 의원님이 국회로 불러서 얘기를 들었다”며 “그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 측 관계자도 “예정대로 카카오 관계자를 불러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박성중 의원(왼쪽 다섯 번째)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뉴스 관련 문자메시지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중 의원(왼쪽 다섯 번째)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 과방위 회의실 앞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뉴스 관련 문자메시지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여론조작 몸통 밝힐 것”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포털 외압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윤 의원에 대한 과방위원 사·보임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윤 의원은 누구보다도 언론과 미디어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며 “드루킹 사건과 실검 조작 등 청와대가 포털을 좌지우지했다는 소문이 시중에 팽배했는데 실체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이 포털을 압박해 뉴스 편집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그동안 뉴스 배열과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을 시도해왔다고 보고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포털 뉴스 배치와 관련해 마음에 안 든다고 관계자를 이리 오라 저리 가라 호출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며 회의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권리도 없고 포털이 올 의무도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도 한 위원장에게 “카카오와 네이버가 집권 여당에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불려갔는지 조사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윤 의원이 한두 번 불러본 솜씨가 아니다”며 “지금까지 (포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게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연이은 윤 의원 성토에 이날 과방위 회의는 파행했다.

카카오 측은 알고리즘(전산 논리 체계) 기반의 뉴스 편집·추천 시스템이라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공지능(AI)으로 뉴스 선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자가 인위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