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의 6일 '배신의 불길' 언급을 두고 정치권에서 '데자뷔' 현상이 거론됐다.

2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주장해 온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정의 선별 지급 방침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한 표현이 이목을 끌었다.

'이낙연 대세론'을 허물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가 임기 말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1987년 국민 직선에 의한 대통령 선출제가 자리잡은 민주화 이후 이런 상황은 진보, 보수를 떠나 5년 단임 정권 말에 반복됐다.

"배신의 불길"…이회창·정동영·유승민과 '데자뷔'

김영삼(YS) 대통령의 임기말인 1997년 10월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는 대놓고 YS의 탈당을 요구했다.

당 행사에선 YS 인형이 등장해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결국 YS는 다음 달 신한국당을 탈당했다.

이미 1년 전 YS는 한국경제를 뒤흔든 한보사태와 아들 현철씨 구속 등과 맞물려 최악의 레임덕으로 빠져드는 상황이었다.

김대중(DJ) 대통령 임기 후반기엔 DJ의 세 아들인 홍일·홍업·홍걸, 이른바 홍삼트리오의 줄구속 사태 속에서 재선그룹인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천·신·정)의 '정풍운동'이 여권을 강타했다.

이들은 DJ에게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요구했고, 권 최고위원은 직을 사퇴했다.

"배신의 불길"…이회창·정동영·유승민과 '데자뷔'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는 당시 '노무현의 황태자'로 불렸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손길을 뿌리치고 청와대를 나온 정 의장은 우리당을 탈당한 뒤 김한길 의원 등 비노계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고 대선 후보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기엔 '박근혜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책을 고리로 차별화에 나서며 대통령과 극한 갈등을 빚었다.

유 원내대표가 2015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청와대를 직격하자, 이에 격분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자"며 분노를 분출했다.

현재 권력에 대한 여권 유력 주자의 선 긋기는 대체로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이회창 총재는 대선에 잇따라 도전했지만 패배했고, 정동영 의장은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사상 최대인 500만표차로 참패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직에서 사퇴하고 박근혜 탄핵사태 때 탈당해 2017년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6%대 득표율에 그쳤다.

"배신의 불길"…이회창·정동영·유승민과 '데자뷔'

다만 이번 이 지사의 행보를 이들과 과거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별화는 대체로 현직 대통령의 힘이 떨어졌을 때 시작됐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전후일 정도로 강고하기 때문이다.

한 친문 핵심 의원은 "이 지사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이 커진다고 말하지만 지금 이 당에 20년 전 동교동 정풍운동 같은 것이 필요할 때인지 묻고 싶다"라며 "더구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YS, DJ와 달리 매우 견고하다.

이회창, 정동영 차별화 때와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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