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출신 국방장관 내정…'군심' 결집·국방개혁 고려한 듯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해군과 공군 출신 국방부 장관이 잇달아 배출되면서 상대적으로 다수인 육군의 소외감이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발표 직전까지 비육사 출신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오자 군내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는 문재인 정부의 첫 육사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 기록된다.
광주 출신인 서 후보자는 군내 대표적인 전략·작전통으로 꼽힌다.
앞서 송영무(해사 27기) 전 장관은 충남 논산, 정경두(공사 30기) 현 장관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 세 번째 국방장관 인선에서는 출신과 지역을 안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자 군 당국도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그간 이뤄진 파격적 군 인사 관행이 이어지면 오히려 군심을 분산할 수 있는 역작용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해군과 공군 출신이 잇달아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고, 박한기 합참의장도 학군 21기 출신이다.
모두 기존의 육군 기득권을 허무는 파격 인사로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군 인사 관행만 보면 육사 출신 대장이 국방부 장관직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틀을 현 정부 들어 점점 허물어뜨리는 양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육군, 나아가 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많았다.
또 국방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군내 다수 세력이고, 국방개혁에 따른 병력 감축과 군 구조개편 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육군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상비병력은 올해 말 55만5천명에서 2022년 50만명으로 줄어든다.
군단은 2022년까지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2025년까지 38개에서 33개로 줄어든다.
국방개혁의 여파가 가장 큰 곳이 육군이다.
군 관계자는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막판까지 유력하게 거명됐었는데 결과는 육사 출신 인사로 귀결됐다"면서 "군심 결집과 국방개혁 추동력 고려 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군내 대표적 전략·작전통으로 평가를 받는다.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부하들을 잘 챙기고 해·공군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번 인선에서 이런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준장 시절 한미연합사령부 작전부서에 근무했고, 합참에서는 작전부장과 작전본부장을 지냈다.
작전본부장으로 있을 때 9·19 남북군사합의서 성안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관계 및 남북군사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일각에서는 서 후보자 발탁을 계기로 다음번에는 문민 국방부 장관 또는 육·해·공군 출신 뿐 아니라 육사-비육사 인사가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을 순환해 맡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영역의 작전·전략·전술이 뼛속까지 스며든 특정군 출신 인사가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직을 독식하는 것은 복합적 양상으로 변화하는 미래전에 대응하도록 군 조직을 유연하게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에서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미래전이 지상전보다는 해상·공중·우주·사이버 등 다중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실제 한반도 주변국들은 이런 양상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서 후보자가 취임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국방개혁2.0,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군사외교, 용산기지 및 한미연합사 이전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도 떠안게 됐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미가 검증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 때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영능력(FOC)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환 작업이 지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서 후보자가 연합사와 합참 작전 주요 부서에 근무해 전작권 업무와 한미 군사 현안에 밝다"면서 "전작권 전환과 국방개혁을 잘 마무리해 달라는 소임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초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등 후속 장성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참의장에는 남영신(학군 23기) 지상작전사령관 등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고, 후임 육군총장에는 육사 42기 출신 등의 승진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
군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내달 초에는 합참의장 인사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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