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간 남북한 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이지만 여론 반발 등을 고려해 한 발 물러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27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안에는 통일부 장관의 북한 주민접촉 신고수리 거부 조항을 없애는 등 대북 접촉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기존 법안은 한국 국민이 북한 주민과 회합·통신 등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사전에 통일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우발적 만남·연락에 대한 사후신고도 의무화했다. 통일부는 이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각에서 ‘우발적 접촉’으로 위장해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등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이를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수용했다”며 “남북 교류협력 추진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로부터 이탈할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 등 상황 변화를 본 뒤 재검토할 방침이다.

대신 이번 개정안에 지방자치단체를 남북 간 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했다. 기존 교류협력법에는 ‘법인·단체를 포함하는 남북 주민’으로만 협력사업의 주체가 규정돼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지자체가 대북지원 단체나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개정안은 또 방북 승인을 거부할 사유로 ‘방문할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 ‘보안관찰처분을 받고 그 기간에 있으면서 보안관찰법 제22조에 따라 경고를 받은 사람’ 등을 명시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