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집값 안정' 발언 팩트체크…"매물 없어 일어난 착시현상"
"그동안 계속된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통계를 보면 2주 연속으로 서울, 특히 강남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은 없는 것으로 본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발언이다.

노 실장을 비롯해 이낙연 의원도 "(집값이)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며 현 정권의 부동산 대책에 힘을 실었다.

집값은 정말 안정화되고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와 부동산 중개업자 등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반포동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았다"며 "매물이 없어 강보합 상태이나 거래되는 매물은 모두 신고가에 팔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일대 다른 중개업자들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거나 동일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거래가 줄어서 가격이 안정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물 잠김으로 거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동향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또 "8.4 대책 발표 후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매매가격 증감률. 사진 = KB부동산의 '월간 KB주택가격 동향'
서울시 매매가격 증감률. 사진 = KB부동산의 '월간 KB주택가격 동향'
통계들도 이를 뒷받침했다. 실제 26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가격은 9억8503만원으로 1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2008년 12월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 가격이다. 평균 아파트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억5330만원(18.4%) 올랐고, 2년 전보다는 2억3525만원(31.4%) 상승했다.

반면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매매거래 활발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매매거래지수는 서울이 20.2로 조사돼 전월(44.1) 대비 하락, 거래량이 매우 한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노 실장이 참고했다고 언급한 한국감정원 자료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감정원 통계가 정부의 공식적 통계라며 활용했지만, 정작 현실 반영이 되지 않은 자료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고작 2주 가지고 안정됐다고 말하냐" "강남 부동산에 좀 가봐라" "그동안 50% 올랐는데 더 이상 안 오르는 것을 보고 안정화됐다고 하는 거냐"는 등 비난과 조롱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권 교수도 "한국감정원은 정부 투자 기관이라서 정부 입맛에 맞는 자료만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조사에 따른 자료이기 때문에 정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KB부동산 시세는 지역 중개인에게 직접 확인 후 취합한 자료로 현실에 더 부합할 수 있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앞서 노 실장은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KB국민은행 시세의 통계와 한국감정원 시세가 다르다'라고 지적하자 "정부의 공식적 통계인 한국감정원 자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