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밝힌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은 무상·현금 복지를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내년 서울시장 등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정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경기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청년 종합 대책 수립 △선도형 경제 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 본격 추진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 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중 청년지원 예산에만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표적 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자에게 정부 지원금 1800만원, 기업 기여금 600만원, 본인 적립금 600만원을 합쳐 최대 3000만원(3년형)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청년 근로자에게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는 현금복지 성격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청년을 추가 채용한 중소기업에 1년에 1인당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본예산에 9919억원을 편성했는데 ‘공짜 지원금’을 받으려는 기업의 신청이 몰리면서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4351억원을 더했다.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에는 약 2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무상교육 시행으로 고교생 자녀 한 명을 둔 가구당 연평균 158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정은 흉부(유방) 초음파, 심장 초음파, 척추디스크 등 급여항목도 확대하기로 했다. 2017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이 발표된 후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등에 대해 급여항목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지난 1분기에만 94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정은 또 예술인,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 47만 명에게 고용보험료를 새로 지원하고, 산업재해 보호가 적용되는 특수고용직종을 9개에서 14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보험기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올해 9조원에서 내년 15조원으로 대폭 증액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야당은 지역사랑상품권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대거 삭감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당정이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재정사업들에 대해 야당과의 조율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대규모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도원/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