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소통·협력 공감…한한령 해제 등 현안 해결 기대감도
코로나 대응 협력에 관계 증진 평가 속 미중 관계 언급은 부담
한중, 시진핑 조기방한 재확인…평화프로세스 재개 실마리 찾나
한국과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개를 비롯해 어지럽게 얽힌 외교·안보 현안 해결의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2일 부산에서 회담과 오찬을 포함해 총 5시간 50분간 회동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은 물론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 등 외교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에 공감해 '하노이 노딜' 후 교착 상태인 남북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했다.

다만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양 정치국원이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하고 떠난 것은 일종의 '청구서'가 돼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중, 시진핑 조기방한 재확인…평화프로세스 재개 실마리 찾나
◇ 시진핑 방한 계기 남북대화 진전 모색…코로나19 상황이 변수
양 정치국원의 방한 계기에 '시 주석의 조기방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무엇보다 남북대화 진전에 대한 긍정적 관측을 키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자력갱생과 핵무장 등 군사력 강화의 길을 언급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대화와 협상 없이 긴장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협력,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대북 제재 틀 안에서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중국에 이와 관련한 남북 사이 메신저 역할을 요청하며 돌파구 모색을 시도할 수 있다.

양 정치국원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협력하겠다고 밝혀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의 안정을 방한의 전제로 삼은 만큼 상황에 따라 시 주석의 방한이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도 있다.

다만 올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내에 열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방한하면 이는 한중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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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 협력 속 우호 증진…사드 배치·한한령 문제 해결 앞당기나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으나 방역 협력을 통한 한중 간 우호가 두터워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서 실장은 코로나19 발생 후 양국이 신속통로 신설 및 확대 운영 등으로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항공편 증편, 비자 발급 확대 등을 요청했고, 양 정치국원은 각급 교류와 소통을 확대하자고 화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양국의 해묵은 현안이 전격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은 2017년 10월 '모든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회복한다'는 내용의 공동 발표 후 사드 갈등을 사실상 봉인한 상태다.

한중 정상이 지난해 12월 베이징 회담에서 이 문제를 놓고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다음 회담에서는 마침표를 찍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사드 배치에 대응해 한류 금지 등으로 대응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완벽하게 해제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한중, 시진핑 조기방한 재확인…평화프로세스 재개 실마리 찾나
◇ 미중 관계 악화 속 중국이 내밀 청구서는
양 정치국원은 회담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가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양 정치국원은 미중 갈등 속 홍콩보안법, 남중국해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에 최소한 중립적 태도나 중국 지지를 요청했을 확률이 높다.

양 정치국원은 방한 전인 지난 20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경제 세계화와 국제사회의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고 싶다"고 말해 미국을 겨냥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을 가하면서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포함해 G11 또는 G12로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을 비롯해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등으로 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선택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