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과 관련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맹비난해왔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방역 실패의 책임은 정부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그게 싫으면 정권을 놓으시면 된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코로나 다 잡았다고 발언할 때마다 곧바로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곤 했다. 벌써 세 번째 반복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바이러스의 위험을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 쓸데없는 발언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킨 것은 대통령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7월 말에 교회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한 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결정적 실책이었다. 지금 대다수의 클러스터가 교회의 소모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결정적 오판에 대해서 정부 여당은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진중권 전 교수는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 직전까지 쿠폰까지 줘가며 여행가라고 권한 것 역시 정부 여당 아니었던가요"라며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계 완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여권에서 미래통합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통합당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광화문 집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집회참여를 거절했고, 집회를 만류하는 원희룡 지사와 하태경 의원의 꽤 강경한 발언도 있었다"며 "방역의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 여당에게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정부 여당에 이은) 두 번째 책임은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세력과 개신교 일각의 기독교 반공주의 세력에게 있고. 통합당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미미하다"며 "자기들의 정책적 판단의 오류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지 마라.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에서 자기들의 오류를 감추고, 그것을 남에게 뒤집어 씌울 경우 같은 오류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방역 문제까지 정략의 소재로 삼는다면, 전광훈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느 쪽이든 방역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다. 문제를 꼬이게 할 게 아니라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일단 방역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겸허히 통합당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갈라치기 꼼수가 아니라 사회통합의 정신만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