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피하지 못한 '집권 4년차 증후군' 이번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집권 4년차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역대 어느 정권이든 집권 4년 차에 각종 악재들이 터지면서 레임덕을 숙명처럼 겪은데서 이런 말이 생겼다.

집권 4년차가 되면 공직사회가 잘 움직이지 않으며 차기 권력에 줄을 대는 일이 빈번해진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라 당이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현상도 생긴다. 임기 말 대통령의 여당 탈당이 관행처럼 되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하게 된다. 권력층과 관련된 고급 정보들이 야당으로 흘러가면서 게이트들이 터진다. 권력 누수 현상으로 임기 말 대통령은 ‘식물’상태가 되고 국정은 마비 상태에 빠진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이 임기 말에 겪은 공통된 현상이다. 역대 정권은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공직기강 다잡기, 전방위 사정 카드를 꺼내지만 레임덕을 막지 못했다.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는 3년 반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기 5년 단임(單任) 대통령제의 한계이자 약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차남 김현철씨가 연루된 한보 게이트가 터지면서 권력의 무게 중심은 대선 주자로 부상한 이회창 전 총리 쪽으로 급속하게 쏠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하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잇달아 터지면서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 행담도 개발 등 스캔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레임덕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도 임기 말 민간인 불법 사찰,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연루된 의혹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힘이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탄핵을 당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이 이런 전철을 똑 같이 밟으란 법은 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임기 4년 차 1분기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61%로, 노태우 전 대통령(12%), 김영삼 전 대통령(41%), 김대중 전 대통령(27%), 노무현 전 대통령(27%), 이명박 전 대통령(43%), 박근혜 전 대통령(40%) 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집권 4년 차에 역대 정권과 똑 같은 형태로 레임덕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국회 의석 수가 여당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도 민주당이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 한 요인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위기감이 감돌면서 긴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4·15 총선’압승 이후 잇단 헛발질로 인해 제 살을 깎아 먹었기 때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이수진 의원의 ‘판사 탄핵 추진’, ‘n번방’공범 변호인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지명,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직접 고용 문제를 두고 벌어진 불공정 논란, 남북한 사무소 폭파로 돌아온 대북 정책, 윤미향 의혹 함구령, 국회 상임위원장 18개 자리 독차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부적절하고 뒤늦은 대처, 성추행 피해호소인 표현 논란, 이해찬 대표의 ‘XX자식’발언 파문 등이 민심의 화를 돋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대료 폭등을 부른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은 민심 저항을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민심의 경고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심의 경고등은 지지율에서 확인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5월 첫째주 71%에 달하던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8월 첫째 주 44%로 떨어졌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이하 각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평가는 46%로 7월 넷째 주 발생한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름)현상이 3주째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46%에서 37%로 떨어진 반면 미래통합당은 17%에서 25%로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월 3일∼7일 전국 성인 2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0% 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3.2% 포인트 하락한 35.1%, 통합당 지지도는 2.9% 포인트 오른 34.6%로 나타났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0.5%로 통합당 창당 이후 민주당과 최소 격차를 보였다. 특히 지난 8월 5일 하루 조사에서는 통합당(36.0%)이 민주당(34.3%)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긴장하는 이유는 지지 기반인 여성과, 30대, 40대에서 각각 전주보다 3.9% 포인트, 6.1% 포인트, 7.9% 포인트 씩 두드러지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거여(巨與)독주, 불공정 논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중도층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지율은 국정 수행에서 민감한 문제다. 국정 운영의 힘과 직결된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역대 정부에서 나타났듯, 공직자들이 동요하고 당·청간 마찰이 생기며, 국정 혼란으로 이어져 지지율을 더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어떤 경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율)’을 4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 선 가까이로 내려왔다는 것은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 추세를 보면 이 선 밑으로 내려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되는 ‘역(逆)밴드왜건’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여권이 걱정하는 것이다.

더욱이 울산시장 선거 하명 의혹 수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정권 핵심부와 연결된 수사 결과는 선거판을 뒤흔들 수 있다. 통합당은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 힘을 빼는 것도 이런 권력형 의혹 사건 수사를 어떻게든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말 레임덕을 겪을 지 여부는 여권의 잇단 부동산 대책이 본격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까지 집값을 잡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이냐와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날 우리 경제 상황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심판의 첫 관문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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