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언 다음날인 4일 여권 정치인들은 윤석열 총장이 사실상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발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여권은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하고 있다. 야당 반대에도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하면서 '다수결에 의한 독재'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여권의 거센 반발에도 윤석열 총장은 3일째 침묵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만약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면 '원론적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오해하지 마시라'고 진작 선을 그었어야 한다"며 "여권에서 반발이 빗발쳐도 침묵하는 것은 사실상 여권 지적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검찰청 측은 아직까지 입장 표명이 없는 데 대해 "윤석열 총장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했다. (실제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발언인지는)오직 윤석열 총장만 알고 있으니 저희가 뭐라고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향후 입장표명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윤석열 총장과 논의된 것이 전혀 없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윤석열 총장은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된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 발언에 대해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법 집행을 하는 공무원이 민주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는 선출 권력을 두고 독재 운운은 얼토당토않다"며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옷 벗고 나가 야당 정치인이 되든가, 아니면 태극기 들고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당 외곽에서는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검찰, 정치 검찰임을 공개 선언한 것"이라며 "정치를 하려면 검찰 옷을 벗어야 하기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총장의 발언이 미래통합당에서 대환영 받는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중립성이라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윤석열 총장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여권이) 찔리는 게 있고, 아픈 데가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와, 세다. 결단이 선 듯"이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와 전체주의. 이 한 마디 안에 민주당 집권 하의 사회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검찰개혁의 요체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권력과의 유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있다. 검찰총장은 오직 국민만 믿고,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