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의무화한 재건축…집주인들 선뜻 나서겠나"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주택 보유자들에게도 주택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이들이 굳이 재건축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사진)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주도하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민간 시장의 주택 공급을 급격하게 위축시켜 또다시 강남 주요 도심의 집값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선 “전세 물량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당초 취지와 달리 집 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취약 계층에 피해를 준 것과 같은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노무현 정부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각각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부동산 주요 정책을 직접 다뤘다.

임대차보호법은 ‘제2의 최저임금’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전·월세 임대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선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전세 공급 물량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런 수급 불균형 상황으로 인해 전세 가격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은 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월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2+2년’으로 늘리고,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법이 통과된 지난달 30일 ‘전세가 빠르게 소멸돼 전세대란이 온다’고 한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발언 내용이 널리 공감을 얻게 된 이유도 제도의 맹점을 정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고강도 대책으로 주택 시장의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은 정부 예상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며 “전체 가구의 40~50%가 남의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현재 상황과 이런 무주택자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의 순기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가격은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결국 민주당이 통과시킨 임대차보호법의 본질은 정부가 공적 영역에서 부담해야 할 임대공급 시장의 부담을 주택을 보유한 개개인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라며 “정부가 맡아야 할 최저임금 문제를 기업에 전가시켜 부작용을 초래했던 최저임금제도와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원인과 진단 따로

추 의원은 최근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과 진단이 따로 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주요 이유는 민주당의 논리처럼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양질의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수년 동안 서울 도심 내부의 각종 재개발·재건축을 막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급등으로 주택 공급량을 늘리자 다음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주택 시장은 서서히 안정됐다는 게 추 의원의 진단이다.

추 의원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달라진 부동산 정책과 이로 인한 다주택자, ‘전세’라는 독특한 한국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중장기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규제를 하고 세금을 올리면 이런 부담들이 대부분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장기 경기 침체 상황 등을 보면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야 할 때”라며 “관련 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4일 정부가 발표할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개발로 인한 초과이익을 환수한다는 조건이라면 누가 자기 재산을 개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금융·세금 규제, 자사고·외고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교육 정책 변화 등이 전반적인 민간주택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서울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줘야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념에 기초해 특정집단을 범죄집단 취급하며 화풀이하듯 정책을 내놓는다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주춤할 수 있으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좌동욱/고은이 기자/사진=김범준 기자 leftking@hankyung.com